99일 만에 2,181마일 거리의 종주에 성공한 임정률씨와 메아리산악회원들이 12일 도착지점인 메인 카타딘 마운틴 벡스트 피크에 올라 자축하고 있다. <사진제공=메아리산악회>
"살아온 인생 가운데 가장 외롭고 처절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설렜던 99일을 보내고 왔다"는 한인 산악인 임정률(44)씨.
이달 12일 오전 10시20분. 임씨가 역대 한인 도전자로는 가장 빠른 단 99일 만에 애팔래치안 산맥 트레일 코스를 정복하는 쾌거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메인주 카타딘 마운틴의 최고봉 ‘벡스터 피크’에 도착한 임씨 곁에는 10여명의 한인들이 함께 올라서 일순간 함성을 지르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머금었다. 이들은 장장 2,181마일 길이로 뻗은 미동부의 등줄기 애팔래치안 산맥 단독 종주에 나섰던 임씨를 후원한 메아리산악회원들이다.
올해 3월30일 조지아 스프링거 마운틴을 출발한 임씨는 이날 종주의 기쁨을 함께 나누려고 차로 9시간을 달려온 산악회원들과 함께 카타딘 마운틴의 ‘벡스터 피크’에 깃발을 꽂았다.
종주에 걸린 날수는 정확히 104일이지만 이 기간 중 기후 탓에 부득이하게 산행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5일을 빼면 실제로는 99일 만에 종주를 성공한 것이다.
산악회에 따르면 99일 만에 종주를 끝마치기는 지난 80여년의 애팔래치안 트레일 역사 가운데서도 100위권 안에 드는 대기록이다. 보통 애팔래치안 트레일 종주에 걸리는 평균 기간이 5~6개월(150~180일)인 점을 감안하면 일반 도전자에 비해 2배 가까운 속도로 종주한 셈이다.
임씨는 종주 직후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최초의 도전이 아닐 바에는 한번 최선을 다해 전력을 쏟아보자는 마음으로 걸음을 재촉해왔다"며 "99일 만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씨는 "마지막 100마일 가량은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었다"며 "중도에 포기하고픈 마음이 하루에 수백 번도 들었지만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곤 했다"고 말했다.
다소 무리했던 산행 탓에 현재 임씨는 완전히 탈진한 상태다. 몸 한구석 어디 성한 곳이 없을 정도고 불규칙했던 식사 때문에 소화기관도 많이 상해 현재 자택에서 기력을 회복 중이다.
하지만 임씨는 "그동안 뒤에서 마음 졸이며 끝까지 응원해준 메아리산악회원 및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다"며 "몸이 회복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또 다른 도전을 품고 싶다"고 말했다.
<천지훈 기자>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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