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미주이민 112주년 특별기획 시리즈 ‘100년 넘은 북가주 이민역사 어디 있나’
▶ “규모에 놀라고 내용에 다시 놀라”
중국역사박물관 지하에 위치한 일명 ‘차이나타운의 지하’ 라고 불리는 전시실로, 1900년대 초 아편에 물든 차이나타운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SF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중국역사박물관의 내부 모습.
한인의 공식 이민역사는 하와이에서 시작됐다.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1903년 태평양을 건너왔다. 112년 전 일이다. 미 본토로 이주하는 한인들의 관문이었던 이 지역 한인 역사도 100년이 훌쩍 넘는다. SF 등 북가주는 도산 안창호 선생과 공립협회, 장인환, 전명운 의사 등 많은 독립투사들이 활동했던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이 높은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이민사를 볼 수 있는 역사박물관이 없다. 반면 중국, 일본 등 타인종 커뮤니티의 이민역사 보존은 십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이민역사, 이들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고, 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획시리즈를 통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시리즈 게재 순서
1 일본 커뮤니티의 역사보존
2 중국 커뮤니티의 역사보존
3. 유대인 커뮤니티의 역사보존
4. 북가주 한인역사보존의 현주소
=====
중국이민역사박물관 ‘두 마리 토끼 잡아’
독지가•기업후원, 역시 ‘중국파워’
====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965 clay St) 언덕을 오르다 보면 왼쪽 편으로 1920-3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본 듯한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도 나무 대문에 중간에 청동으로 만들어져 있어 고풍스런 느낌이 배어나고, ‘중국계아메리칸 역사•사회 박물관 및 러닝 센터’(CHSA)라고 적혀있다. 외벽 창문에는 ‘CHSA 50주년’이라는 큼지막한 포스터가 붙어있어 오랜 역사를 알 수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자 입구에는 중국계 안내원이 원하는 질문에 답변을 해준다. 그리고 내부에 놓여 있는 각종 설명서는 모두 영어로 제작돼 있어 SF 차이나타운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내부에는 백인 등 외국인 관람객들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캐나다에서 관광 온 제임스 버튼(56)씨는 “차이나타운을 구경 오면서 인터넷을 보고 들리게 됐다”며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전시 내용도 알찼다. 무엇보다 무료로 이 모든 걸 볼 수 있어, SF 관광을 계획 중인 친구들에게도 소개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내고라도 관람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며 입구에 마련된 후원모금 상자에 지폐를 넣으며 만족해했다. 입구 오른쪽 계단을 올라가면 현재 박물관이 생기기까지 어떤 선각자의 노력이 있었는지 사진과 역사 등이 기록돼 있다. 1932년 YWCA로 시작해, 현재 건물로 오기까지 그리고 차이나타운의 현 장소를 지키기 위한 노력, 1906 SF 대지진과 당시 지진을 경험한 중국인들의 증언, 부서진 차이나타운 재건 등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돼 있다.
몇 계단 더 오르면 방안에 삼국지의 관우를 모시는 제단 등 중국의 다양한 전통 풍습을 재현한 자료실이 있다. 대형 전시관에는 중국인들이 미국에 이민 오기 시작한 배경과 전통의상 전시실, 1910-1940년까지 이민자 격리 시설로 사용됐던 엔젤 아일랜드의 중국인 사진과 수용 시설에서 쓴 시 등 다양한 물품이 전시돼 있다.
CHSA 관계자는 “이민자 수용시설로 운영된 지난 30년 간 5만6,000명의 중국인들이 SF에 이민 왔다”고 소개하면서 “우리의 뿌리가 되는 이민 역사를 중국계 후손들에게 널리 알리고 역사의식을 갖게 하는 데 박물관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박물관은 타인종과 중국인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도 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중국 이민역사를 보여주고 나면 중국계-미국인을 이해하는 데 한층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박물관에는 이민 초기 차이나타운에 정착한 중국인 이민자들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 내부 모습도 실물크기로 만들어져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물관 전시를 위한 자료수집과 운영에 대해 관계자는 “자료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던 중국인으로부터 기증을 받기도 하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한 두 점의 자료를 기증한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고, 운영과 관련 “CHSA는 1963년 설립된 미국 내 가장 오래되고 큰 중국인 단체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펀딩이 조성된다”고 밝혔다. 선각자와 독지가들이 한마음으로 이 단체를 설립했고, 이후 일반 시민들도 우리의 역사를 보존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참여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후원기금도 뉴욕라이프 보험, IBM 등 대기업을 비롯해 중국계 은행 ‘뱅크 오브 캔톤’ 등 중국계 미국인들과 중국 기업, 개인, 단체 등이 나서 후원해주고 있다. CHSA측은 “박물관의 존재와 필요성은 너무나 간단했다”며 “우리의 현 존재는 지난 역사에서 나온다는 인식이었다”고 말했다.
<김판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