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용 밝혔던 여성부통령 비판 나서…보수-진보 갈등 비화 조짐
관심이 쏠렸던 이란 여성의 남자 배구 경기 관전이 보수층의 반발로 결국 무산됐다.
이에 경기 전 여성 입장 허용 방침을 밝힌 이란의 여성 부통령이 보수층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진영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할 조짐이다.
주요 외신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란 보안 당국은 19일(현지시간) 밤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과 미국의 월드리그 배구 남자부 경기에 여성 관중 200명이 이란배구협회가 특별 발부한 입장권까지 받았지만 결국 입장을 불허했다.
이란에선 1979년 이슬람혁명 뒤 여성의 남성 스포츠 경기 관람이 금지됐다. 다만 이란에 사는 외국인 여성에 대해 따로 구별된 전용 관람석에서 남성 경기를 관전할 수 있도록 최근 허용됐다.
지난해 6월 남자 배구 경기를 관전하려 했다는 이유로 영국계 이란 여성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 곤체 가바미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가 11월 가까스로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이 문제는 이란의 여성 차별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 진영간 해묵은 논쟁거리가 됐지만 이번 경기를 앞두고는 여성 관중 입장이 처음으로 허용되리라는 기대가 특히 높았다.
여성인 샤힌도크트 몰라바르디 이란 부통령이 10일 이번 배구 경기에 선수 가족과 친척으로 제한되긴 하지만 여성 500명이 입장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이란배구협회는 선수의 여성 가족 200명에게 입장권을 내줬다.
몰라바르디 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이란 보수 종교계와 단체가 강력히 반발했고 경기 당일 대회가 열린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 앞에선 이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안사르에 헤즈볼라와 같은 이란 보수 단체들은 경기 전 "여자가 경기장에 입장하면 피를 보게 될 것"이라는 협박에 가까운 내용의 전단을 살포하기도 했다.
여성 관중 입장이 불발로 끝나자 몰라바르디 부통령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보수파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사회의 다른 한쪽 구성원(여성)의 합법적인 요구에 정부가 응해야 한다"며 "유혈을 운운한 집단은 8년간 의식불명의 동굴 속에 기어들어간 사람들로 이미 2년전 선거에서 심판받았다"고 적었다.
강경 보수 성향이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 8년간 득세했던 보수파가 2년전 대선에서 중도 개혁파에 패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또 "이란의 사랑스러운 여성들이 여성을 모욕한 자들을 용서하는 날이 와도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 시절을 대대로 기억할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배구 경기에선 남성 관중만의 열띤 응원에 힘입은 이란이 미국을 세트 스코어 3-0으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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