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들 범죄자 취급에 곤욕
▶ 임산부*유학생도 수 시간씩 조사
헛기침에 ‘메르스’ 의심 색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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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를 맞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SFO)을 이용하는 한인들이 늘면서 입국심사에서 여성 관광객들을 윤락녀로 의심해 2차 검색대로 보내는 일들이 빈번한 가운데 유학생이나 심지어 임산부 등도 피해를 입고 있어 검색이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미국 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과 전파를 우려해 약간 몸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한인에게 “문제 있냐. 왜 그러느냐” 등 색안경을 낀 질문이 쏟아져 “미국에 놀러왔다가 환자취급 받는다”며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 온 김모(28)씨는 공항 입국심사에서 “무슨 비자로 왔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에 답했다.
서류를 몇 장 넘긴 연방 세관국(CBP) 직원은 좌측 제일 끝에 위치한 ‘2차 검색대’를 가리키며 그쪽으로 가라고 했다. 여권 및 입국과 관련한 서류를 직원에게 전한 그는 “그렇게 무려 4시간을 넘게 기다렸다”면서 “이름을 부르고 아무런 질문이나 설명도 없이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며 ‘월컴 투 아메리카’라는 말을 하더라”고 기가 막혀했다.
며칠 전 한국을 방문했다 돌아 온 또 다른 김모(38)씨는 “천식 때문에 인터뷰 도중 마른기침을 하자 ‘언제부터 증상이 있었느냐’를 물어봤다”며 “영어가 서툴러 천식이라는 단어를 몰라 ‘난 아프지 않다’(I’m not sick)고 계속 말하고, 나중에 단어를 찾아 보여주고 나서야 이해하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2차 검색대로 가게 됐고, 안에는 ‘메르스 주의’라는 벽보가 붙어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기다리다 인터뷰를 한 후 2차 검색대를 나오기는 했지만 “한인이니까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는 것 같았다”고 씁쓸해했다.
한 임산부도 혹시 원정출산 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2차 심사대로 갔다.
CBP측은 해당 여성의 짐 가방을 수하물 찾는 곳에서 가져와 방에 들어가 검색까지 했다. 여성은 직원이 “가방 안에 짐이 너무 많다. 얼마나 있을 예정이냐” 등을 캐물으며 원정출산을 의심하는 듯 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에 사는 언니가 출산에 필요한 모든 용품을 사주고 관광도 시켜주겠다고 해 오게 됐다”며 “언니 덕 좀 보려고 다소 무리해 왔다가 의심의 눈초리만 받았다”고 말했다.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2차 심사대를 경험한 한 평범한 한인은 “당연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고, 왜 나를 2차 심사대로 보냈는지 알 길이 없다”며 “심지어는 거기서 중학생 자녀를 데리고 갓 이민 왔다는 한인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CBP는 ‘무비자든 비자를 소지한 사람이든 원칙적으로 방문 목적이 의심스럽거나 미국의 안전을 해칠 것으로 판단되는 입국자는 2차 심사 및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CBP는 SF, LA, 시애틀, 라스베가스, 하와이 등 서부 지역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한인 젊은 여성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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