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AP)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앵커 베이비’(anchor baby) 발언을 둘러싸고 아시아계 미국인이 격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고 미국 NBC 방송이 25일 소개했다.
NBC 방송은 아시아인들의 미국 원정 출산을 비판한 부시 전 주지사의 이 발언이 가뜩이나 대선 선거판에서 미미한 존재인 아시아인들에게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 해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 내 소수 인종인 아시아계를 희생해 다른 소수 인종인 히스패닉(스페인 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출신 인구)계를 달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태생의 아내를 둔 부시 전 주지사는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중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가장 자극할 인물로 꼽힌다.
특히 현재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라이벌 경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멕시코인 비하 발언으로 히스패닉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터라 원정 출산의 주범 격으로 히스패닉 대신 아시아계를 콕 집은 부시 전 주지사의 발언은 더욱 주목을 받는다.
NBC 방송이 전한 트위터 내용을 보면, 아시아계 미국인은 부시 전 주지사의 비판에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에린 퀼이라는 트위터 사용자는 "친척이 공화당에 표를 던지는 것을 싫어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신해 이들의 등을 돌리게 한 부시 전 주지사에게 감사함을 표한다"고 비꼬았다. 부시 전 주지사가 아시아계 표심을 잃었다는 뜻이다.
’화난 아시아인’이라는 이는 "미국의 대선 주자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아시아계 미국인을 어떻게 희생양으로 삼는지를 보여준다"며 부시 전 주지사에게 실망감을 나타냈다.
많은 인권운동가와 미국 정계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정치인도 부시 전 주지사의 비판과 거듭된 ‘앵커 베이비’라는 표현 사용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트위터에 썼다.
부시 전 주지사는 24일 텍사스 주와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에게 미국 국적을 주는 제도를 아시아인들이 악용하고 있다며 "’앵커 베이비’는 중남미인들보다 출생 국적이라는 고귀한 개념을 조직적으로 악용하는 아시아인들이 더 관계가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앵커 베이비는 미등록 이주민이 미국에서 출산해 미국 국적을 얻은 아기를 뜻한다. 바다에 닻(anchor)을 내리듯 부모가 아이를 미국인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정착을 돕는다는 가치 평가를 담은 용어로 미국 원정 출산과 연결되는 말이다.
한국 이민자를 어머니로 뒀다는 올해 15세의 청년 제이슨 펑은 트위터에 ‘나의 아시아계 미국인 이야기’(#MyAsianAmericanStory)라는 해시 태그를 붙여 아시아계 미국인들로 하여금 가족과 아시안 공동체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민 관련 논의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하고, 우리의 다양성과 미국 사회에 대한 기여가 공유될 수 있도록 해시 태그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의 인구 증가 속도는 미국 내 여러 인종 중에서도 가장 빨라 2040년께 등록유권자 수는 1천22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아시아계 미국인 등록 유권자 수는 590만명으로 이민자 62%, 미국 태생 38%로 구분된다. 2040년이 되면 이들의 분포도는 53%와 47%로 달라진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