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남 사망·백악관 미온적 반응 등 복합적 요인으로 불출마 결심한듯
▶ 힐러리, 이메일 스캔들·바이든 변수 딛고 대세론 굳힐 가능성 높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판을 흔들 핵심 관전포인트였던 ‘바이든 변수’가 사라지면서 민주당 경선 판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조 바이든 부통령 출마 시 예상됐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 간의 복잡한 ‘3각 경쟁구도’가 소멸하면서 경선판은 순식간에 ‘힐러리 vs 샌더스’ 양자 구도로 정리됐다.
특히 바이든 부통령의 표가 샌더스 의원보다는 클린턴 전 장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 ‘이메일 스캔들’ 논란 속에 주춤했던 ‘힐러리 대세론’은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은 바이든 부통령의 불출마 소식을 전하면서, 그 덕택에 클린턴 전 장관의 후보 지명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불출마 배경
바이든 부통령은 2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불출마를 공식으로 선언했다.
불출마 사유로는 장남 사망과 그로 말미암은 가족의 충격과 애도 분위기를 들었다.
그는 "나와 가족이 장남을 애도하는 분위기에 있었던 것이 현실적으로 선거캠페인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닫았다"며 "가족이 준비돼 있지 않는 한 나는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대권에도 도전한 바 있는 바이든 부통령이 오랜 ‘대권의 꿈’을 접은 것은 가족 문제 이외에도 낮은 지지율과 백악관의 미온적 반응, 클린턴 전 장관의 TV토론 선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 드러난 바이든 부통령의 지지율은 15∼16% 정도로, 평균 49∼54%를 오가는 클린턴 전 장관에게 도전장을 내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오히려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일례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일 CBS 방송에 출연해, 클린턴 전 장관의 최대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 즉 국무장관 재직 중 개인 이메일을 사용해 논란이 이는 데 대해 ‘실수’라고 지적하면서도 "국가안보에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해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클린턴 전 장관이 지난 13일 CNN 방송 주최로 열린 민주당 첫 대선후보 TV토론을 주도한 이후 그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것도 바이든 부통령의 불출마 결심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바이든 부통령의 약한 권력의지를 첫 번째 불출마 사유로 꼽는다.
◇민주당 경선판 영향은
일단 힐러리 대세론이 다시 힘을 받을 것이라는 게 미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클린턴 전 장관과 바이든 부통령의 지지 기반이 겹치는 탓이다.
특히 바이든 변수가 사라진 만큼 오바마 대통령이 유력 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을 공개로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도 클린턴 전 장관이 정책과 이념 측면에서 ‘최상의 카드’는 아니지만, 퇴임 후 자신의 업적을 이어가려면 민주당 주자가 정권을 이어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클린턴 전 장관을 맹추격 중인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선 출마 이전까지 그는 어느 당에도 적을 두지 않은 무소속 의원으로, 민주당 내 기반 역시 취약하다.
클린턴 전 장관 입장에서는 걸림돌로 작용해 온 변수들이 하나둘씩 제거되는 형국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6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민주, 공화 양당을 통틀어 압도적 1위를 달렸으나, 이메일 스캔들과 ‘벵가지 사건’에 발목이 잡혀 지지율은 급락했고 심지어 대선풍향계로 통하는 아이오와 뉴햄프셔 주(州) 등지에서 샌더스 의원에게 추월을 허용하기도 했다.
이메일 스캔들 논란이 최고조에 달했던 여름철이 지나면서 미 정가에선 힐러리 대세론은 끝이 났고, 상당수 민주당원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흉흉한 얘기까지 나돈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기 하원의장 물망에 올랐던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원내대표가 ‘벵가지 특위가 사실상 클린턴 전 장관을 겨냥한 것’이라는 실언을 함으로써 반격할 수 있는 극적인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데다 13일 첫 TV토론에서 대활약을 펼치면서 대세론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실제 토론회 이후 실시된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의 온라인 여론조사(민주당원 1천3명) 결과를 보면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은 이전 41%에서 10% 포인트 급등한 51%를 기록했다.
최악의 국면을 넘어 상황이 호전되는 상황에서 나온 바이든 부통령의 불출마는 앞으로 클린턴 전 장관에게 더욱 유리한 국면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CNN 방송은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고, NYT는 클린턴 전 장관이 이제 유일한 주류 후보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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