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전서 2점차로 이기면 올라가는 줄 알았는데
▶ 타이브레이커 규정 해석 문제로 뒤늦게 뒤집혀
대회 조직위도 ‘오락가락’ 혼선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베네수엘라를 11-9로 꺾은 멕시코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다. 조별리그에서 2연패를 당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따내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회 사무국은 처음엔 멕시코가 베네수엘라를 제치고 이탈리아와 플레이오프에 나간다고 발표했다가 잠시 후 ‘베네수엘라와 이탈리아의 플레이오프 성사’를 공식 발표했다. 멕시코는 조 4위로 밀려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 과정이 너무 복잡했다. 멕시코는 12일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에스타디오 차로에서 열린 WBC 1라운드 D조 3차전에서 베네수엘라를 11-9로 꺾었다. 경기 뒤 멕시코 선수들은 ‘PO행 확정’을 자축하며 환호했다.
WBC 사무국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멕시코-이탈리아 플레이오프 확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곧 ‘베네수엘라-이탈리아의 플레이오프 개최’로 정정했다.
규정 해석의 문제였다. D조는 푸에르토리코가 3승으로 1위를 일찌감치 확정했고, 멕시코와 이탈리아, 베네수엘라가 1승2패로 동률을 이뤘다. 이번 WBC는 동률 팀이 나오면 동률 팀 간 이닝당 최소 실점, 이닝당 최소 자책점, 팀 타율 순으로 순위를 가리고 다음 라운드 진출권이 걸린 자리에서는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지난 2013년 WBC 1라운드에서 한국이 2승1패를 하고도 네덜란드, 대만(이상 2승1패)에 밀려 ‘패자 부활’ 기회도 얻지 못하고 탈락한 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첫 플레이오프 성사부터 파열음이 생겼다. A, B, C조는 1, 2위가 동률 팀 없이 정해져 플레이오프가 필요없었지만 혼돈의 D조에서는 이탈리아, 베네수엘라, 멕시코가 1승2패로 동률을 이뤘고 이들 3팀중 한 팀은 그냥 탈락해야 했다.
우선 이탈리아는 멕시코 및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서 19이닝동안 20실점을 해 이닝당 실점 1.053)으로 두 팀을 앞서며 플레이오프 한 자리를 차지했다. 남은 플레이오프 티켓을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중 누가 가져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베네수엘라는 3팀간의 경기에서 19이닝 21실점(이닝당 1.105)을 기록했다.
문제는 멕시코의 숫자였다. 당초 WBC 사무국은 멕시코가 18이닝동안 19실점을 했다며 이닝당 실점을 1.056으로 계산했다. 이대로라면 베네수엘라가 탈락하고 이탈리아와 멕시코가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잠시 후 WBC는 멕시코의 이닝 수를 17이닝을 조정했다. 멕시코는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9-10으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당시 멕시코는 9회말 아웃카운트 한 개도 잡지 못하고 5실점 하며 역전패했다. WBC 사무국은 이 경기에서 멕시코의 9번째 수비 이닝을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못 잡았다며 계산에서 제외한 것이다.
결국 멕시코의 이닝수가 하나 줄어들면서 이닝당 실점은 1.118로 올라갔고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에 뒤져 4위로 밀려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멕시코는 당시 이탈리아전에서 아웃카운트 한 개만 잡았어도 멕시코가 베네수엘라를 밀어낼 수 있었다. PO 진출과 탈락의 고배 사이에서 부족한 건 ⅓이닝이었다.
되돌아보면 멕시코로서는 그 경기 9회초도 아쉬웠다. 멕시코는 11-9로 앞선 9회초 무사 1, 2루 기회를 잡고도 번트 작전 등 벤치가 움직이지 않았고 후속타 불발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이때 한 점만 얻었어도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운명을 바뀔 수 있었다.
‘꼼수’이긴 하지만, 멕시코가 규정을 정확하게 인지했다면 9회말에 베네수엘레에 2점을 내주고 연장으로 끌고 가 10회초에 대량 득점을 노리는 작전도 펼 수 있었다. 문제는 선수단이 WBC의 복잡한 규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멕시코 대표팀 1루수인 에이드리언 곤살레스(LA 다저스)는 자신의 SNS에 “우리는 2점 차로 승리하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다고 들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조 최하위로 떨어진 멕시코는 2021년 WBC에선 지역 예선을 통과해야 본선 무대에 나올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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