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LA 다저스)이 ‘투수들의 무덤’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서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두 자리수 실점을 기록하는 악몽을 맛보며 시즌 5패(1승)째를 떠안았다.

11일 콜로라도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진 로키스와의 4연전 시리즈 1차전 원정경기에서 다저스 선발로 시즌 6번째 등판한 류현진은 4이닝동안 8안타와 7사사구로 10실점하는 난타를 당했다. 실점과 사사구에서 모두 생애 최악 기록을 다시 썼다. 그나마 2회에 내준 5실점이 캐처 어스틴 반스의 실책으로 끼어있어 모두 비자책점이 되는 바람에 이날 10실점 중 자책점은 5점뿐이었지만 그것은 큰 위안이 될 수 없었다. 4회까지 101개의 공을 던지며 악전고투한 류현진은 1회에 2점, 2회 5점, 4회 3점을 내주고 0-10으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삼진 4개를 잡았으나 역시 신기록인 6개의 포볼을 허용하고 몸 맞는 볼도 하나 내줬다. 5자책점만으로도 4.05였던 평균자책점이 4.99로 치솟았다. 특히 이날 마지막 실점은 자신의 첫 메이저리그 보크로 내주는 등 여러 면에서 생애 최악의 투구였다. 그의 종전 최악 등판 기록은 2014년 4월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의 8실점(6자책)이었다.

올해 이미 로키스를 상대로 두 차례 등판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던 류현진은 이날 3번째 등판에서 만회를 노렸으나 결과는 더 나빴다. 1회 징크스를 떨치지 못하고 2점을 먼저 내준 뒤 2회엔 비록 비자책점이지만 한꺼번에 5점을 내준 뒤엔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류현진은 1회 선두 찰리 블랙먼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DJ 르메이유에게 볼넷, 놀런 아레나도에게 우전안타를 내준 뒤 2사 후 이언 데즈먼드에게 좌월 2루타를 맞고 2실점했다. 이후 카를로스 곤살레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뒤 팻 발라이카를 깊숙한 센터플라이로 잡고 추가실점을 막았으나 이미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2회엔 완전히 무너졌다. 선두 라이언 해니간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투수인 제프 호프먼의 희생번트때 캐처 반스가 2루 송구 실책을 저질러 주자를 모두 살려준 것이 대량실점의 빌미가 됐다. 류현진은 블랙먼을 헛스윙 삼진, 르메이유를 우익수 플라이로 잘 잡은 뒤 아레나도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았고 이어 마크 레널즈에 1타점 우전적시타로 또 한 점을 내줬고 데즈먼드를 고의4구로 거른 뒤 곤살레스에게 다시 우월 2루타를 맞아 2점을 더 헌납했다.

이미 패색이 짙어진 경기에서 류현진의 임무는 가능한 많은 이닝을 막아주는 것이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3회는 공 7개로 삼자범퇴로 끝내며 한 가닥 희망을 보였으나 4회 다시 볼넷과 몸 맞는 공으로 맞은 1사 1, 2루에서 곤잘레스의 중전 적시타와 발라이카의 우월 2루타로 2점을 더 내줘 0-9까지 뒤졌다. 이어 계속된 1사 2,3루에서 해니건 타석 때는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첫 보크까지 범해 한 점을 더 내주며 사상 첫 두자리수 실점을 채우고 말았다. 4이닝까지 101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5회초 다저스 공격에서 대타 스캇 밴 슬라이크로 교체됐다. 다저스(20승15패)는 밴 슬라이크의 솔로홈런을 시작으로 나머지 5이닝동안 7점을 뽑으며 추격했으나 초반 대량실점을 만회하긴 역부족이었고 결국 7-10으로 고배를 마셔 NL 서부지구 선두인 로키스(23승13패)와의 승차가 2게임반차로 벌어졌다.

<김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