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언론들 “미국 다시 ‘골프’하게 해라” 풍자 러시
▶ 박성현 세계랭킹 5위로…최혜진 24위로 수직 점프

박성현이 우승 트로피를 든 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 및 그의 부인 라라 유나스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국 골프의 내셔널 챔피언십 대회가 또 다시 ‘코리안’들의 축제의 장이 됐다. 16일 막을 내린 2017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자 박성현(23)을 포함, 탑10 가운데 8명이 한국선수였다. 이 대회 사상 처음으로 미국 선수는 단 한 명도 탑10에 없었고 공동 11위를 차지한 뉴저지주 출신의 마리나 알렉스가 최고 순위였다.
반면 한국선수들은 탑10에 8명, 탑20에 12명이 올랐다. 공동 11위를 차지한 호주 한인 이민지를 합하면 탑20 중 13명이 한인이었다. 박성현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9번째 한인선수였고 한인선수들의 우승 횟수는 총 10회로 늘었다.
이런 한국선수들의 초강세는 특히 이번 대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유하고 그의 이름이 붙여진 뉴저지 베드민스터 소재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762야드)에서 펼쳐진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바로 이곳으로 와 대회 2라운드부터 사흘간 직접 대회를 관전했다는 사실로 인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외쳐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새겨진 모자를 쓰고 경기를 관전한 대회에서 미국선수들은 리더보드에서 아예 이름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던 반면 한국골퍼들은 리더보드를 태극기 물결로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우승경쟁을 펼치자 US오픈이 아니라 ‘트럼프 배(盃) 한국여자오픈’이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한 수 더 떠 트럼프 대통령에겐 악몽 같은 리더보드였다면서 ‘Make America Great Again’을 ‘Make America Golf Again‘(미국 다시 골프하게) 이라고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대표적 ’가짜뉴스‘ 뉴욕타임스는 “마지막 날 리더보드에는 상당한 아이러니가 존재했다”면서 “’미국 우선‘을 설교하는 골프장 주인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했지만, 미국 골퍼들은 대회사상 처음으로 아무도 탑10으로 경기를 마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에 미국선수들은 가장 많은 55명이 출전했지만, 대회 72년 역사상 처음으로 단 1명도 탑10에 입상하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탑20에 오른 선수도 공동 11위 알렉스와 공동 15위 리젯 살라스, 공동 19위 크리스티 커 등 3명뿐이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쳐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안방‘에서 직접 지켜보던 대회에서 받아든 성적표가 마음에 들 리가 없는 상황이다. 골프닷컴도 “코스와 대통령 부인은 아름다웠지만 ‘아메리카 퍼스트’ 대통령은 리더보드의 스릴을 즐길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는 2라운드부터 만사를 제쳐놓고 줄곧 경기를 직접 관람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시상식에는 불참하고 차남 부부를 대신 참석시킨 대목도 지적했다. 만약 미국 선수가 우승했다면 ’골프광‘으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상식에서 직접 우승컵을 건네며 ’극적 효과‘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그렇지 못하자 차남 부부를 대신 내보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US여자오픈에서 자신의 LPGA 첫 승을 따낸 박성현은 17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탑5로 진입해 자신의 생애 최고 랭킹을 기록했다.
박성현은 17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7.17점으로 4주째 1위를 지킨 유소연과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렉시 탐슨(미국), 리디아 고(뉴질랜드)에 이어 5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11위에서 6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지난주 5위였던 전인지는 박성현에 추월당해 6위로 한 계단 내려갔고 이어 박성현과 우승경쟁을 했던 펑산산(중국)이 7위로 역시 한 계단 밀렸다. 이어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8위, 양희영과 박인비, 김세영이 9, 10, 11위에 올라 한인선수들이 탑11 가운데 8명이나 됐다.
한편 박성현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아마추어 돌풍을 일으킨 최혜진(17)은 세계랭킹이 무려 38계단이나 수직 상승한 24위(3.36)에 자리했다. 아마추어로는 물론 세계랭킹 1위에 해당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모자를 쓰고 경기를 지켜보는 트럼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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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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