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 뉴욕의 숙소 호텔을 떠나기 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AP]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의 '무력시위'에 맞서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또다시 강력한 위협에 나섰다.
유엔총회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틀 전 B-1B 랜서의 북한 동해 국제공역 비행을 거론하면서 앞으로 미국 전략폭격기가 북한 영공을 침범하지 않더라도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한 것이다. 25일 뉴욕의 숙소 호텔을 떠나기 전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다.
특히 리 외무상은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한 모든 자위적 대응 권리"까지 언급했다.
앞으로 미국이 B-1B 랜서와 같은 전략폭격기를 북한 인근 국제공역에 전개할 경우 개별적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무력 대응을 하겠다는 협박인 셈이다.
이 같은 강경한 반응은 북한 지도부가 미국의 무력시위에 실제로 상당한 심적 부담과 위협을 느끼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 외무상이 귀국 직전 긴급하게 성명을 발표한 대목 역시 북한 지도부의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잇따른 핵ㆍ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핵심 전략 자산의 한반도 배치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발과 견제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리 외무상은 개별적 자위권 행사의 '국제법적 근거'로 이틀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트위터에서 리 외무상의 유엔 연설 내용에 대해 "'리틀 로켓맨'의 생각을 되 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 부분을 '명백한 선전포고'로 규정한 것이다.
리 외무상은 성명에서 "트럼프는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 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다소 억지스러운 해석일 수 있지만, 미국의 무력시위에 대응하는 '자위권'의 명분을 내건 것이다.
리 외무상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조·미 사이의 말싸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했다"고 한 대목 역시 대립 격화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는 명분 축적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승용차에 오르기 전 기자들에게 "트럼프의 선전포고에 대처해서 모든 선택안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 지도부의 작전 타구에 올려지게 될 것"이라고 한 차례 더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이 서로 발언의 수위를 올려가면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치킨 게임'을 거듭함에 따라 북미 간 충돌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 언론은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에 대해 '자위권'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아울러 유엔 헌장에서 인정한 자위권의 범위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가장 직접적이고 위협적인 대응을 한 것"이라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세계의 외톨이 국가가 자위권을 언급한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북한을 겨냥해 '완전 파괴' 발언을 한 이후로 매일 긴장이 고조하는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리 외무상의 이날 언급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이후 나온 북한의 반응 중 가장 직접적이고 위협적인 것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북한 대표로서 1주일 간의 유엔 총회 일정을 마무리하고 떠나는 자리에서 리 외무상의 발언이 대립을 격화시켰다고 전했다. NYT는 북한이 "영공이 아니더라도 미국 전략폭격기를 떨굴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북한 지도부는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 파괴' 발언이 나왔을 때 이미 이를 선전포고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A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트위터에서 리 외무상의 유엔 연설 내용에 대해 "리틀 로켓맨의 생각을 되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리 외무상이 이날 비슷한 구조의 언급을 통해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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