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우리는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 자식과 부모, 형제와의 필연적인 만남에서부터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도 접한다. 우연히 만나서 기독교 문학을 지향하며 한 달에 한번 모여 글을 읽고 쓰고 유명한 시인의 강연도 듣고 발표도 하면서 3년의 세월을 함께한 17명의 두란노문학회 회원과의 인연은 우연이 아닌 필연에 가깝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동안 문학회는 작고하신 분도 있고 최근에 식구가 두명 늘기도 했지만, 성격과 생김새, 생활은 달라도 책을 좋아하고 문학을 공부한다는 공통분모를 갖고 인생행로를 함께 걷고 있다. 넓은 세계에서 어떻게 미국의 작은 주 메릴랜드, 그것도 락빌의 작은 도시에서 같은 자연 향기를 맡고 철따라 변하는 푸르름과 하늘빛도 공유하는 만남을 가질 수 있었을까. 인생의 나이로는 내리막길에서 시작했던 글쓰기라 아직은 서투른 걸음을 걷고 있지만, 문학적인 면을 떠나 함께 생일축하도 하고 가끔은 비에 젖고 바람에 부대끼며, 석양에 비춰진 붉으스레 한 각자의 모습에 애석해 하기도 하면서 감동을 주고 가슴 뿌듯한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얼마 전, 삶과 죽음, 어버이의 사랑, 손주, 성공, 첫사랑 등의 주제로 회원들이 자신만의 언어를 엮어 ‘두란노문학’ 동인지의 창간호를 출간하고 그것을 기념하는 파티를 가졌다. 임원진과 흥분된 마음으로 출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정이며 책의 순서, 기념회를 위한 광고, 프로그램, 기념패, 파티준비 등 회장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모든 일들이 수월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글이 처음으로 인쇄되어 나온다는 기쁨에 설레어서 잠을 설친다던 나이 드신 회원의 떨리는 목소리를 전해 듣는 순간, 피곤함과 고달픔이 다 사라졌었다. 배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책이 분실된 어려웠던 점도 양념처럼 느낄 만큼 기념회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분에 넘치는 칭찬과 격려를 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있다.
독자들이 “봄”처럼 파릇하고 정겹고 평화로운 행복을 글 속에서 느낄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바람처럼 다가오는 시간을 선물로 받고 모든 것을 평온하고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길목에서, 인생 경험이 녹아든 황금빛 사랑을 가지고 구름을 그리고, 그 구름에서 비를 내리고 싶다.
처음내는 동인지라 부끄럽고 떨리는 마음이었지만, 앞으로도 많은 것은 바라지 않고 눈부신 하늘만 바라보며 한 편의 글에 도전하는 꿈을 꿀 때, 마음만은 결코 늙지 않는 삶이 되리라 믿는다. 꿈은 언제나 우리를 젊게 만든다.
<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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