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윈저궁 맞은편에 자리 잡은 이튼칼리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졸업생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진 건물 벽을 접하게 된다.
여기에는 1·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이튼 출신 전사자 2,000여명의 이름이 날짜와 함께 적혀 있다.
영국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남보다 앞서 헌신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워털루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웰링턴 장군은 훗날 “워털루의 승리는 이튼 교정에서 시작됐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튼칼리지는 1440년 헨리 6세가 이튼타운 주변의 가난한 학생과 소년 성가대원들을 위해 설립한 명문 사립 중등학교다.
학생들이 지금도 예복인 연미복을 입는 등 오랜 전통을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것도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귀족학교로 알려질 만큼 까다로운 선발 기준과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해 졸업생 중 3분의1을 명문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에 보내고 있다. 이튼 졸업생을 뜻하는 ‘이토니언’이라는 단어가 옥스퍼드사전에 정식으로 올라 있을 정도다.
이튼칼리지는 독특한 커리큘럼으로도 유명하다. 일반 교과목은 물론 체육활동을 중시해 매일 축구경기에 참가하지 않으면 벌칙까지 받는다.
교내 벽돌 담장을 따라 공을 던지는 ‘월게임’이라는 운동도 1766년 시작된 이튼만의 자랑거리다. 좁은 운동장에서 거친 태클과 스크럼으로 몸싸움을 벌이며 체력을 기르고 협동심과 리더십을 배우라는 취지다.
이튼의 교훈은 ‘남의 약점을 이용하지 마라. 비굴하지 않은 사람이 돼라. 다만 공적인 일에는 용기 있게 나서라’ 등이다. 이런 학풍이 영국을 이끌어온 수많은 엘리트를 배출해낸 것은 물론이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작가 조지 오웰 등 유명인사를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차기 영국 총리를 맡을 집권 보수당 대표로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이 유력하다는 소식이다.
존슨 전 장관은 이튼칼리지 출신에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인물로 총리에 오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에 이어 스무 번째 이튼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갈 길 잃은 영국 국민들이 이토니언에게 또다시 국가운영을 맡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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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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