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학대 매캐릭 전 추기경 신임, 성인 지위·명성에 흠집 ‘회의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왼쪽)가 지난 2001년 시어도어 매캐릭 전 추기경과 키스하는 모습. [로이터]
시어도어 매캐릭(90·미국) 전 추기경의 미성년자 성 학대 사건과 관련한 교황청 차원의 진상조사 보고서가 공개된 뒤 요한 바오로 2세를 성인(聖人)으로 선포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가톨릭계에서 신망이 두터웠던 매캐릭 전 추기경은 1970년대 어린 신학생들과 동침하고 사제들과 성관계를 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돼 2018년 추기경직에서 면직됐다. 또 작년 초에는 교회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돼 사제직마저 박탈당했다. 교황청은 매캐릭 전 추기경의 비행 의혹에 대해 2년간의 진상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를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요한 바오로 2세는 매캐릭 전 추기경의 관련 의혹을 인지하고서도 진상 파악 등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요한 바오로 2세는 매캐릭 전 추기경이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편지에서 “사제와 동침한 것은 사실이나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미국 일부 대주교 및 주교들의 반대에도 2000년 매캐릭 전 추기경을 미국 워싱턴DC 대주교로 임명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가톨릭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으로 높은 추기경직으로 승진시키는 등 절대적으로 신임했다.
보고서는 매캐릭 전 추기경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요한 바오로 2세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사실상 당시의 판단이 옳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언급을 해 시선을 끌었다. 교황청의 이러한 보고서를 토대로 가톨릭 교계 안팎에서는 요한 바오로 2세가 당시 제기된 의혹을 경시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론이 일었다.
이러한 비판은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성이 치밀한 사전 조사 없이 지나치게 성급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논란으로까지 확장됐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사후 9년 만인 2014년 성인으로 선포됐다. 다음 교황으로 즉위한 베네딕토 16세는 선종 후 5년 뒤 시성 절차에 들어가는 규정을 깨고 몇 주 뒤 곧바로 심사를 시작하도록 했다고 한다. 피해자의 직접 진술을 통해 2018년께 매캐릭 전 추기경 관련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는 전환점을 맞았기에 규정대로 5년간 대기 기간을 뒀다면 시성이 보류됐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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