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장 스트레스’
▶ 하루 10분 꾸준히 산책하면 제주도에서 1년 사는 것보다 좋아
일에만 몰두하던 직장인 K(42)씨는 최근 쉽게 피로하고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고 감기가 자주 재발했다. 커피를 서너 잔 이상 마셔도 피곤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무기력해져서 무슨 일을 해도 의욕이 생기지 않고 즐겁지도 않다.
이 같은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5%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글자 그대로 모두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증상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해도 극심한 피로 증상이 풀리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용어는 미국 뉴욕의 정신분석가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1974년 ‘상담가들의 소진(Burnout of Staffs)’이라는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번아웃 증후군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 직장 스트레스’로 규정했다. 의학적 질병은 아니지만 제대로 알고 관리해야 하는 직업 관련 증상의 하나로 인정한 것이다.
◇정작 본인은 잘 모르는 번아웃 증후군
번아웃 증후군은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고 전력을 다하는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 또 긴 노동 시간에 비해 짧은 휴식 시간, 강도 높은 노동 등의 사회적 요인 등이 번아웃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이 생기면 만성 피로와 함께 아침에 일어나기 어렵고 감기 재발이 잦는 등 확연히 체력이 떨어진다. 초기에는 졸린 증상보다 쉬고 싶다는 욕망이 강할 수 있고 불면증, 맥박이나 호흡이 빨라지며 식욕 감퇴나 심한 불안감이 나타날 수 있다. 이유 없는 체중 감소, 알레르기 증상, 관절통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쉽게 화를 내는 등 예민해지고 집중력ㆍ기억력이 떨어지고, 완벽주의적 성격을 보이며 좌절감ㆍ공포감ㆍ강박적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극심한 피로ㆍ위약감ㆍ우울감ㆍ불면증 등이 생기기도 한다. 설사ㆍ변비가 반복되거나 밥맛이 떨어지며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 난다. 두근거림ㆍ빈맥ㆍ서맥ㆍ두통ㆍ어지럼증ㆍ이명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홍승권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이나 가벼운 운동에도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과로 후 전신 무력감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윤현철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번아웃 증후군은 단순히 무기력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뇌가 과로해 건망증이 생기거나 과도하게 예민해져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했다. 번아웃 증후군이 심해지면 상사와 크게 다투거나 돌연 퇴사하는 등 사회 생활에 문제를 겪지만 대부분 번아웃 증후군인줄 몰라 그냥 방치할 때가 많은 것이 문제다.
◇일과 휴식 분리하는 ‘워라밸’ 중요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가 가장 편안히 지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찾고,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벼운 운동은 깊은 호흡과 긴장 이완을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자율신경의 하나인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한다. 부교감 신경은 면역계를 자극한다. 운동은 면역세포와 림프액 흐름을 활발하게 한다. 심한 단계(탈진)에서는 오히려 운동이 회복을 방해할 수 있기에 운동 강도와 빈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것이 좋다.
산책도 좋은 해결책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하루에 10분, 1주일에 1시간 정도 마음과 데이트하는 산책을 권한다”며 “하루 10분 산책은 제주도에서 1년 사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고 했다.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골고루 먹되 커피ㆍ술ㆍ음료수ㆍ담배 등 자극적인 음식은 삼간다. 또 인공 감미료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의 노출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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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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