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관계를 맺기 어려워지면서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호소하는‘코로나 블루(Corona Blue)’가 늘고 있다. 지난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불안장애를 상담한 건수는 1만8,931건으로 재작년 전체 건수인 1만3,067건보다 44.8%가 늘어났다(백종헌 의원실).
최근‘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한빛비즈 발행)’를 펴낸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불안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특히 코로나19 환자 발생 이후 지난해 5월 말부터 불안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고 했다.
◇불안은 낯설고 위협적인 환경에 대응하는 반응
불안은 낯설거나 위협적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생명체의 기본적인 경고 반응이다. 그러나 특별한 환경적인 요인이 없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불안해지거나,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일지라도 너무 심한 불안감을 느끼면 불안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불안장애로는 공황장애ㆍ범불안장애ㆍ사회불안장애ㆍ기타 특정 공포증 등이 있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당장 죽을 것 같은 극심한 불안과 함께 호흡곤란ㆍ빈맥ㆍ발한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 질환이다. 범불안장애는 과도한 걱정과 불안감이 계속 이어지는 질환이다.
서호석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장애 원인은 뇌에 있는 불안과 관련된 여러 조직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호르몬이 신체 생리적인 균형을 이루듯 뇌 호르몬, 즉 신경전달물질이 뇌 기능 균형을 유지하는데, 이들의 균형이 깨져 신경전달이 방해를 받으면 불안장애가 유발된다.
환경적 요인도 또 다른 원인이다.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한 일시적 불안이나 스트레스는 불안장애가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 블루’와 같이 스트레스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불안장애를 방치하면 대뇌 GABA/벤조디아제핀 복합체 및 세로토닌 기능 이상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전달체계 기능 이상을 일으키거나, 우울증ㆍ알코올 의존ㆍ수면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기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장애 치료는 약물요법ㆍ인지 행동 요법ㆍ정신 치료 등이 있다. 먼저 약물요법은 항불안제ㆍ항우울제로 무너진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이루도록 해 불안장애를 치료한다.
◇사회의 비난이 두려워요?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위치를 부여받는다. 동생이 태어나면 형이나 누나(혹은 오빠나 언니)라는 위치에 있게 된다. 결혼을 하면 아내와 남편이라는 위치에 놓인다. 아이를 낳으면 부모라는 위치를 갖게 되고, 회사에서는 진급할수록 그에 걸맞은 위치에 오른다. 이러한 위치는 한 사람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이를 ‘본질적 가치’라고 한다. 자기 역할을 잘 수행했을 때에는 사회의 칭찬을 받으며, 그렇지 못할 때에는 그 위치에 걸맞지 않다는 사회적 비난을 받는다.
사회의 칭찬은 당연히 나를 위로하고 북돋아 주지만, 사회의 비난은 불안과 자기 비하감을 조성한다. 불안에 대한 염려는 물론, 칭찬에 대한 기대도 불안을 일으킨다. 지속적인 불안과 역할 수행에 실패했을 때 따르는 자기 비하는 본질을 억압한다. 본질 억압은 존재감의 비하를 더 악화시키며 악순환이 생긴다.
한덕현 교수는 “이런 불안감을 극복하려면 ‘나는 내가 지금 있는 위치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맞다’는 존재감에 대한 확실한 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교수는 “가끔 우리는 너무나 많은 사회적 관계 때문에 생긴 본질의 문제에 파묻혀 자신의 존재감을 잃을 때가 많은데 이틀이든 사흘이든 잠시만 본질의 문제에서 떠나 있기를 권한다”고 했다.
◇ ‘혼밥’이 두려운가요?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사회적 혹은 생활 속 거리 두기가 확산되면서 ‘혼밥’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삼삼오오 짝을 짓던 직장인들의 점심 풍경도 크게 달라졌다. 사실 코로나 확산 이전에도 혼밥ㆍ혼술 문화는 20~30대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공감을 얻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혼밥을 하기 두려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혼밥을 한다는 생각만 해도 마음속에 긴장감과 불안감이 올라오는 것 같다면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잠시 내려놓자. 혼밥의 시간은 각종 대중 매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판치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더 많이 더 깊이 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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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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