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중위의 여자’(The French Lieutenant’s Woman·1981) ★★★★½ (5개 만점)

영화 속 영화에서 찰스와 새라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다.
절망적인 꿈과 파멸을 감지하면서도 순간의 접촉에 허물어져 들어가는 사랑에 관한 얘기로 독특한 개성을 지닌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의 울부짖음이 긴 여운을 남긴다. 카렐 라이스 감독은 현재와 과거를 차곡차곡 카드 섞듯 엮어가며 영화 속 영화라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안나(메릴 스트립)와 마이크(제레미 아이언스)는 각기 가정을 지닌 배우들로 둘은 영화 속 영화인 ‘프랑스 중위의 여자’의 주인공. 둘은 각기 새라와 찰스 역을 연기하면서 현실과 영화에서 모두 불륜의 사랑을 불태운다.
빅토리아 시대인 1860년대. 고생물 학자인 찰스는 연구차 항구마을 라임 레지스를 찾아온 뒤 이 마을 부잣집 딸 어네스티나와 약혼한다.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약혼녀와 해변을 걷던 찰스는 방파제 끝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물보라를 온몸에 뒤집어쓰며 바다 끝을 응시하는 새라를 보고 위험하다고 소리친다. 그 안에 비밀을 가득히 감춘 듯한 외투를 걸친 새라가 뒤돌아보는 순간 새라와 찰스의 시선이 충돌하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강렬한 위치 바꿈을 하게 된다.
표류해온 프랑스 해군장교와 사랑에 빠졌던 새라는 떠나버린 그를 그리워하며 매일 같이 바닷가를 찾아온다. ‘라임 레지스의 주홍 글씨’인 새라를 다른 장소로 피신시킨 찰스는 약혼녀와 지위와 명성을 모두 버리고 새라와 짧은 열정을 나누나 새라는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과거와 현재가 회전하면서 마이크는 찰스의 새라에 대한 집념에 따라 안나를 새라로 착각, 작품 속 여인에 빨려 들어간다. 찰스의 이런 과거의 여인을 향한 사랑이 안나에게도 옮겨지면서 찰스는 영화 속 허구와 영화 속 현실에서 모두 사랑의 열병을 심하게 앓게 된다.
영화에서 압도적인 것은 스트립의 눈동자와 표정 연기. 새라가 파도가 요동치는 해변에서 자기를 둘러싸는 물보라를 뚫고 찰스를 응시하는 순간 우리는 찰스처럼 새라에게 빠져 들고 만다. 기구하고 거절하며 항의하고 끌어들이며 대상을 관통해 한없이 지나가는 신비롭고 경이로운 시선이다.
영화는 새라가 어떤 여안인지 결론 맺지 않는다. 그녀는 뱀의 유혹을 지닌 창녀이자 여성의 자유를 찾는 선각자이며 사랑을 호소하는 연약하고 순진한 여인이고 그리고 사랑을 시험하고 내팽개치는 위선자이며 반드시 떠날 사람이라는 불안한 천의 내면을 지닌 여안이다. 아이언스의 연기도 훌륭하고 첼로가 주조를 이루는 음악도 좋다. 원작은 존 화울즈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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