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예 시한 앞두고 ‘굴복’ 노리는 듯…국내 정치문제 지렛대로 압박
▶ 다른 주요국에 ‘본보기’ 삼기 포석…유예 연장 절실한 한국도 ‘촉각’
미국이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약 일주일 앞두고 일본에 '말폭탄'을 쏟아부으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상대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양보를 얻어내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벼랑끝 협상' 전술로 읽힌다. 동시에 다른 주요국에 '본보기'를 삼겠다는 포석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일본을 상대해 왔는데, (관세 협상에서) 합의를 할지 확신을 못하겠다. 일본과 합의를 할지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매우 완고(very tough)하다"며 "매우 잘못 길들었다(very spoiled)"고 비난했다. '오냐오냐했더니 버릇이 잘못 들었다'는 뉘앙스를 담은 표현이다.
상대방에 대한 결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서도 일본을 콕 집어 같은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나라가 미국을 대하는 데 있어 얼마나 잘못 길들었는지 보여주기 위해(To show people how spoiled Countries have become)"라며 일본을 사례로 지목했다.
그동안 '아첨 외교'라는 비아냥까지 감수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려 했던 일본으로선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가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30억달러에 달했던 대일(對日)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산 쌀과 자동차의 수입을 요구해왔다.
특히 쌀 문제와 관련해 "그들(일본)은 우리의 쌀은 안 사가면서도 엄청난 쌀 부족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동차에 대해서도 "그들은 수백만대의 차를 보내면서(미국에 팔면서) 우리는 과거 10년 동안 차 한대도 그들에게 보내지(수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일본에선 작황 부진 등으로 최근 쌀값이 두 배 이상 뛰었으며, 정부의 비축미 방출에도 품귀 현상이 빚어져 사람들이 쌀을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서는 장면도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낮은 지지율 속에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세 협상에서 양보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상호관세 유예 연장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아니다. 나는 그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일본을 향해 "(대미 관세로) 30%나 35% 또는 우리가 결정하는 어떤 수치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그러나 쌀 수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 '완고한' 입장이다. 집권 자민당의 지지기반인 '농심(農心)'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표현이 전해진 뒤에도 "우리는 농업 부문을 희생하는 어떤 일도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영국·캐나다 등으로부터 얻어냈던 '양보'를 일본에서도 얻어낼지는 미지수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요구에 따른 캐나다의 디지털 서비스세 폐지를 "굴복(cave)"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일본을 대대적으로 압박하는 배경은 이를 '본보기'로 삼아 현재까지 난항을 겪는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물꼬를 트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관세 유예) 90일간 90개의 협상"을 호언장담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폭스뉴스에서 "중요한 (국가) 18개 중 10~12개 정도를 체결할 수 있다면, 노동절(9월 1일)까지 무역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 나라 일본이 직면한 미국의 고강도 압박은 마찬가지로 미국과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한국으로서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취임 한 달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선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속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한편, 이때까지 한미 관계의 경제·안보적 중요성을 설득해 관세 유예를 연장하는 게 최선책으로 꼽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관세 유예 가능성에 대해 "안심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아직 엄중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긴박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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