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거리마다 화려한 장식이 빛나는 연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시기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축복의 계절이다. 하지만 대학 입시를 치르는 학생들에게 연말 휴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즐거움과 설렘 대신 스트레스와 불안이 그들을 짓누른다.
이유는 명확하다. 연말은 대학 입시의 한복판이다. 조기전형 결과를 기다리거나, 정시 지원서를 마감하거나, SAT 점수에 일희일비하는 시기. 학생들은 그저 학교에서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가족 모임에 참석하는 순간, 그들은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어느 대학에 지원했니?”, “SAT는 몇 점 나왔어?”, “꿈꾸는 학교는 어디야?”, “합격 가능성은 어떻게 보니?” 이런 질문들이 친척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쏟아진다. 선의에서 비롯된 관심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추가적인 압박으로 느껴진다. 이미 충분히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데, 연말 모임에서까지 그 짐의 무게를 확인받아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청소년과 무슨 대화를 나눠야 할지 모른다는 데 있다. 10대의 관심사와 고민은 어른들의 일상과 동떨어져 있다. SNS 트렌드도, 유행하는 음악도, 학교 문화도 낯설다. 그러니 가장 쉬운 주제, 가장 ‘안전한’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바로 대학 입시다. 입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주제다. “어디 지원했어?”라고 물으면 대답이 나온다. “시험은 어땠어?”라고 하면 점수나 느낌을 들을 수 있다. 어색한 침묵을 깨기에 효과적이고, 학생의 미래에 관심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처럼 보인다. 게다가 어른들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학생의 미래를 걱정하고 응원하는 마음에서 질문하는 것이니 나쁜 의도가 전혀 없다. 하지만 의도와 영향은 다르다. 어른의 선의가 학생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입시 준비로 심신이 지친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연말 모임에서 고등학생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주요 대학의 입시 관계자들이 제안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에모리대 입학 및 재정지원 부총괄 존 리치는 “그냥 아이를 내버려 둬라”고 조언한다. 그는 학생들이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지옥 같은 몇 주’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미 극도로 지쳐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만약 대화를 나눈다면 “봄방학에 뭐 하고 싶어?” 같은 미래의 즐거운 계획을 묻거나 “대학 1학년 때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뭘 묻고 싶어?”처럼 창의적이고 부담 없는 질문을 권한다.
시카고대 입학 부총장 제임스 논도르프는 긍정적 경험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한다. “고등학교 시절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뭐였어?”, “친구 이야기 좀 들려줄래?”, “대학에서 가장 기대되는 게 뭐야?” 같은 질문이다. 꼭 입시 관련 질문을 해야겠다면 “모든 지원이 끝난 후 생기는 자유 시간에 뭐 할 거야?”처럼 과정이 아닌 미래 계획을 묻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연말은 감사와 성찰의 시기다. “최근 누구한테 도움을 받았어? 어떤 도움이었어?”, “네가 다른 사람을 도운 경험은?”, “대학 가서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우리 집 연말 전통은 뭐야?” 같은 질문은 학생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는 대화를 이끌어낸다.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평가가 아닌 이해, 질문이 아닌 경청, 조언이 아닌 공감이다. 이 자유를 존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다가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그것이 연말 모임을 진정한 축복의 시간으로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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