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명문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1911년부터 지금까지 115년 동안 총 12명의 지휘자(음악 감독)들이 거쳐갔다. 이중 대중에 널리 알려진 지휘자로는 피에르 몽퇴(1935-1952), 세이지 오자와(1970-1977),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1895-1995), 마이클 틸슨 토마스(1995-2020) 등이 있다. 2025년 사임한 에사 페카 살로넨(2020-2025)은 팬데믹 기간이 겹치면서 사실상 동 심포니에서 큰 사건 없이 싱겁게 물러났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피에르 몽퇴(1935-1952) 시절부터 RCA레코드 등을 통해 음반을 제작했고 오자와(1970-1977) 시절에는 도이치 그라마폰을 통해서 많은 음악들을 녹음했다. 특히 오자와는 카라얀의 제자로서 당시 베를린 필도 지휘하고 있었는데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를 유럽 투어로 이끌며 심포니 세계화에도 앞장섰다. 블롬슈테트(1895-1995) 시절에는 다수의 음반들이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등 심포니 사운드가 개선됐고 마이클 틸슨 토마스(1995-2020) 시대에 이르면서 말러의 음반 등이 그래미상을 휩쓸면서 그라마폰 선정 세계 20대 교향악단(13위) 순위에 끼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몬트리올 심포니, 파리 교향악단, 필라델피아 교향악단도 끼지 못한 20대 교향악단에 들면서 사실상 세계가 인정하는 톱 클래스 교향악단으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미국내에서는 여전히 ‘빅 5’ 안에 들지 못하고 LA 필과 함께 ‘빅 7’ 교향악단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네임 밸류도 전통의 명문 시카고나 클리블랜드, 뉴욕 필 등에 비해서는 한 참 뒤져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수상한 다수의 그래미 상이 말해주 듯 심포니의 사운드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다만 실제 공연이 매우 들쭉날쭉하며 마이틀 틸슨 토마스 시대부터 기울기 시작한 청중감소 추세에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LA 필의 경우 스마트한 운용으로 젊고 혈기에 찬 구스타브 두다멜을 과감하게 영입, 지난 십 수년간 (스패니쉬 청중들을 비롯) 청중 몰이에 성공했고 디즈니 홀 등을 건축하면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심포니홀과 흑자내는 교향악단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지난 21일 차기 음악감독으로 39세 홍콩 출신의 여성 지휘자 엘림 찬을 지명했다. 임기는 내년부터 시작하여 6년간이다. 에사 페가 살로넨의 사임으로 지휘자와의 불화 등 구설수에 올랐던 심포니는 살로넨에 버금가는 지휘자 물색에 나섰지만 일단은 네임 밸류 측면에서 한 수 밀리는 젊은 지휘자를 낙점하는데 만족하는 모양새다. 지휘자 공백으로 흐려진 분위기를 수습하고 새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있어 엘림 찬의 영입은 일단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 등이 보도하고 있듯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엘림 찬 영입은 고도의 수가 계산된 매우 영리한 행보였다는 것이다.
우선 엘림 찬은 홍콩 출신의 애송이 여성 지휘자라는 사실이 무색할정도로 음악성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지난 시즌 무려 30여명에 가까운 객원 지휘 체재를 운영하며 새 지휘자 물색에 나섰다. 그 중에서 가리고 가려 뽑은 지휘자가 바로 엘림 찬이라는 것이다. 그가 여성이라는 점도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혁신적인 면모와도 맞아 떨어지며 특별히 중국계 동양인이라는 점도 이곳에 압도적으로 많이 분포하고 있는 동양계 청중을 끌어모으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F 크로니클 등은 일단 기대반 염려 반의 기사를 냈지만 엘림 찬의 음악성 등을 고려해 볼 때 모험을 시도해 볼 만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찬이 얼마만큼 심포니와 궁합을 이루어 성공적인 캐리어를 쌓아나갈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SF 심포니는 최소한 지루한 선택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통해 심포니 팬들은 물론 세계 음악계의 스포트라잇 중심에 서는 영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찬의 (심포니) 음악감독 13번째 지명이 ‘럭키 13’으로 남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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