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300만명, 바보 취급 받으며 고통 당해
입이 뇌와 분리된 듯 말을 시작해도 소리가 안 나고, 드라이브 스루 윈도에서 음식을 주문하려면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발음할 수 있는 것을 시켜야하는 고충을 제럴드 매과이어(36)는 누구보다도 잘 안다. 바로 자기가 말더듬이기 때문이다.
미국인 300만명이 앓고 있는 이 병의 치료법을 찾으려는 UC 어바인의 정신의학과 교수 매과이어가 쓸만하다고 말하는 약은, 단순히 실험만 해본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매일 저녁 직접 먹어보고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다.
말더듬이에 관해 연구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언어병리학자들로 의사는 몇 안되며 그 중에서도 말더듬이의 원인에 관해 연구하는 정신과 의사는 아마 매과이어 한사람 밖에 없을 것으로 매과이어의 연구는 말더듬이에 대한 인식 및 처우를 바꿔놓고 있다. 오랫동안 교육 혹은 정신적 문제로 여겨져 온 말더듬이를 최소한 부분적이나마 뇌 속 화학물질로 인한 의학적 이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말더듬이의 원인을 뇌에서 찾고, 그 병을 다스리기 위해 약을 사용한 선구자인 그는 말더듬이를 대상으로 최초로 뇌 스캔을 실시, 약을 먹어 도파민이라는 화학물질의 양을 통제하면 뇌 속 깊숙한 부분의 활동이 증가되고 말더듬증은 줄어든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제 그의 과제는 부작용이 가장 적으면서 말은 가장 유창하게 나오게 만드는 약을 찾아내는 것이다.
요즘 매과이어의 말더듬증은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가 실험중인 올란자핀이란 정신병 약을 먹고 있는 덕분이다. 가끔 어떤 단어에 말이 막히고, 어떤 단어는 길게 발음하기도 하지만 그만해도 많이 나아진 것이다. 한때는 자기 이름을 말하기도 힘들어서 전화 받기를 기피했고 UC 어바인에서 레지턴트로 일할 때는 비퍼가 울리면 전화를 거느니 차라리 직접 간호실로 달려갔을 정도다. 평생동안 입을 열 때마다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몰라 걱정하면서 살아왔다.
미국인의 1%를 차지하는 말더듬증 환자들도 똑같은 두려움을 갖고 살고 있다. 말을 더듬어서 공연히 바보 같아 보이는 이들은 말하는 것이 힘들다보니 얼굴을 찡그리거나, 사지가 뒤틀리는 증상까지 곁들여져 놀림의 대상이 되고 친지들도 불편하게 한다.
말더듬이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전부터 있어 왔지만 어떤 사람은 부모, 형제나 친구들로부터 학습된 행동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들은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비정상적으로 가까워서 발생하는 심리적 문제라고도 하고, 불안해서 나오는 증세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 정신과의사협회는 말더듬이를 조울증이나 심한 우울증과 같은 부류의 정신병으로 분류하기도 했지만 요즘 연구자들은 말더듬이는 뇌내 화학물질, 유전, 환경 등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보통 2~4세부터 말을 더듬기 시작하다 사춘기에 이르면 60%가 낫는 것이 뇌의 발달과 관계 있음을 시사하는 이 병은 남자에게 여자보다 4배가 더 많다. 일란성 쌍둥이가 모두 말을 더듬는 경우는 63%, 이란성 쌍둥이는 19%인 것을 보면 유전도 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말더듬이가 억양을 바꾸거나, 노래를 하거나, 목소리를 다르게 내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목청 높이 책을 읽을 때는 더듬지 않기도 한다는 점이다.
매과이어는 말더듬이에게 강력한 정신병 약을 먹인 결과 약간의 효과를 보았으나 부작용이 너무 심했다는 논문을 읽고 부작용으로 말더듬이가 말을 잘하게 됐다는 고혈압 약부터 실험하기 시작했다. 1993년에 말더듬 환자들의 뇌 사진을 찍어보고 1994년에는 새로 나온 정신병 약 리스페리돈, 1997년에는 올란자핀을 직접 먼저 먹어본 결과, 가망이 있어 보여 임상실험을 해봤다. 3개월간 12명은 올란자핀을 정신병자에게 주는 양의 10분의1~3분의1을 주고 11명에게는 가짜 약을 준 결과 올란자핀을 먹은 환자는 말더듬증이 40% 정도 줄었고 가짜 약을 먹은 이들은 15%가 감소됐다. 이 약의 부작용은 약간의 체중증가와 졸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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