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면 억울한대로 우울하면 우울한대로
달라이 라마와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하워드 커틀러가 나눈 대화를 모은 ‘행복론’에서 달라이 라마는 “행복은 마음공부를 통해 성취될수 있다”고 말한다.
티베트를 점령하고 학살과 파괴를 저지른 중국을 증오하지 않는냐는 질문에 그는 “그들을 미워하여 성내면 내가 먼저 불행해진다”고 대답한다.
환경이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환경에서도 행복해 질수 있다는 말인데 그 마음이라는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으니 그게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공부이다. 마음은 거울과 같아서 매일 닦아주지 않으면 먼지가 앉게돼 있다. 그 먼지를 털어내고 닦아주는 작업이 바로 공부이다.
얼마전부터인가 마음공부가 유행하면서 아주 구체적인 수련법들을 담은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꽤 팔리고 있는 모양이다. 기술적인 면을 지닌 이런 수련법들이 마음공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종교경전이나 좋은 책 많이 읽으면서 꾸준히 묵상하고 명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마음공부에 관한 수많은 책들 가운데 ‘이아무개의 마음공부’(두레 펴냄)와 ‘김정빈의 마음공부’(도솔 펴냄)는 균형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아무개의 마음공부’ 저자는 이현주목사로, 많은 종교를 넘나드는 글쓰기와 사유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이다. 이 책에서 이목사는 경전들과 종교서적들을 통해 마음공부를 하면서 얻은 깨달음의 편린들을 아주 편안하게 풀어가고 있다. 책속의 30여편 글들은 가시밭길 헤쳐가는 구도자의 비장함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아 좋다.
그가 독서와 사색을 통해 편안하게 풀어 놓는 깨달음은 나눔과 품어줌, 그리고 낮아짐이다. 이목사는 억울하다면 억울하달수 있는 일을 겪은후 산책길에서 이런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됐노라고 밝힌다. “억울한 일은 없다. 단지 억울하다는 마음(생각)이 있을 뿐이다.”
이 책에 비해 ‘김정빈의 마음공부’는 저자 개인의 구도체험을 담고 있어 읽는이의 종교에 따라서는 자칫 거부감이 느껴질수도 있다.
소설 ‘단’의 작가로 한때 큰 인기를 모았던 저자는 85년 불법에 귀의한 이래 17년간 종교인, 그리고 농부로 살아오고 있는데 그간의 종교적, 정신적 여정을 ‘작가로서 농부가 되다’ ‘거저 주고 거저 받기-돈과 명예의 초월에 관하여’ ‘독성은 결합하고 향기는 흩어진다-종교조직의 부패에 관하여’등 12개 주제의 에세이로 써내려 갔다.
이 책의 내용가운데 저자가 반복해 언급하고 있는 인식의 틀은 상당히 유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광장에서의(다른 이들 혹은 대중에 비쳐지는) 나’와 ‘골방속에서의(스스로가 들여다 보는) 나’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 두 개의 이미지가 과연 일치하는가를 항상 되돌아 봐야 하며 골방이 모든 것의 기초가 돼야 한다는게 자신의 신념이라고 밝힌다. 이 지적마따나 남앞에서 옳은 말만 하는 종교인, 지식인, 그리고 인기인등 다른 이들 앞에 나설 일 많은 사람들이라면 골방에서 자기를 들여다 보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될 것 같다.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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