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음식은 위, 장 등 소화기관에 별로 좋지 않지만 쌀 음식은 다르다. 쌀로 빚어낸 대표적 음식은 떡이다. 멥쌀을 불려 빻은 뒤 시루에 쪄내 길게 밀어만드는 가래떡, 다양한 꽃무늬가 박힌 틀에 눌러 만드는 절편, 바닥에 솔잎을 깐 송편, 떡메로 찧어 만드는 인절미 등은 지명도로 보면 ‘떡 중의 떡’이다.
이보다 덜 알려져 있지만, 쑥을 넣고 아무렇게도 주물러 만드는 개떡, 반달 모양에 팥고물이나 콩고물이 들어간 개피떡, 쌀가루를 막걸리로 반죽해 발효시킨 뒤 쪄내는 기주떡, 찹쌀가루에 소나무 속껍질을 섞어 향이 좋은 송기떡, 몸에 좋은 재료를 뒤섞어 주로 궁중에서 애용되던 두텁떡도 있다.
백일, 돌, 회갑연이나 칠순잔치에 떡이 없으면 무성의하다는 질책을 당한다. 서구화한 결혼식이라도 조촐한 떡 파티는 꼭 낀다. 신장개업에는 떡을 준비해 놓아야 손님치레가 된다. 직장에서 진급하거나 자녀가 상을 받아도 감초처럼 등장하는 게 떡이다.
떡을 퍽 즐긴다는 한 한인은 떡 없는 세상을 ‘앙꼬 없는 찐빵’에 비유하기도 했다. 떡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화폭에 담겨 있는 떡을 보고도 군침을 흘린다. 탐나지만 어쩔 수 없이 바라만 봐야 하는 그림 속의 떡은 채울 수 없는 갈망을 대변한다.
’그림의 떡’에 애태우는 한인이 한둘이 아니다. 기꺼이 성금을 내고 뿌듯해 하며 오랫동안 복원만을 손꼽아 고대하던 국민회관이 새롭게 단장했지만, 관람이 불편해 진짜 개관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웅성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떡처럼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고, 떡처럼 우리의 혼이 베어 있으며, 떡처럼 후손에게도 길이 남겨질 국민회관이 창살 속에 갇혀 있다는 아우성이다. 복원된 국민회관과 사료를 음미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성가신 입관 절차’에 혈압이 올라가고, 단체관람은 예약이 필수라고 하니 괜한 투정이 아니다.
겨울에 때아닌 ‘구더기론’을 내놓는 한인도 있다. 위험지역이라 귀중한 사료가 도둑맞을 것을 우려해 문을 걸어 잠근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는 것과 같다는 일침이다. ‘죽 쑤어 개 좋은 일 시켰다’는 조소도 섞여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관심을 갖고 조금이나마 성금도 냈는데 이제 국민회관 문턱이 높아졌으니 결국 건물 소유주를 위해 리모델링 해준 셈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회관은 ‘그림의 떡’이 아니라 ‘진짜 떡’이어야 한다. 새해에는 국민회관을 두고 ‘그림의 떡’이란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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