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남부에 위치한 15만 에이커의 자이언 국립공원은 해발 5,000피트의 콜로라도 고원지대에 있다.
서쪽 관문이 15번 하이웨이 선상의 세인트 조지 시티로부터 1시간 걸리는 스프링데일 타운에 있으며 또 하나의 관문은 캘리포니아 남부 대도시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된 파월 호수를 기점으로 89번 하이웨이를 타고 3시간 정도 운전하면 자이언 국립공원이 나온다. 카나브(Kanab) 타운을 지나 카멜 마운틴 정션에서 국립공원 방향으로 들어서면 곧장 마주치는 터널이 나온다. 마치 무릉도원으로 들어가는 비밀문과도 같은 짜릿한 기운이
감도는 느낌을 받는다.
암벽산을 뚫어 만든 터널을 빠져나가면 바로 눈앞에 대공원이 펼쳐진다. 1.1마일의 이 터널은 자이언 마운틴을 관통, 카멜 하이웨이로 이어지는 도로로 유니온 퍼시픽 레일로드의 지원을 받은 유타 공원 회사에 의해 1920년에 착공, 10년만인 1930년 개통됐다. 동과 서를 연결하는 대공사를 요한 이 터널은 놀라운 토목공학의 위업을 이룩한 쾌거로 유명 터널이 됐
다.
원래 이 공원의 이름은 머쿤투위프(Mukuntuweap) 모뉴먼트였으나 1860년 몰몬 개척자들에 의해 안전한 피신처란 뜻을 담고 있는 성서적 히브리어인 자이언(Zion)이란 말로 불려졌으며 1919년 태프트(Taft) 대통령에 의해 자이언 국립공원으로 명명 승격됐다.
이곳의 비경은 버진강의 물줄기를 따라 들어선 선택의 여지없는 하루종일 햇볕이 들지 않는 비좁은 협곡들이다. 일방통행의 급상승하는 장대한 수직 나바호 암벽의 극적인 조경이 뿜어내는 외경스런 카리스마는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인적이 없는 이 협곡에 들어서면 어떤 비애마저 느끼게 하는 고대와 현대를 오가는 타임캡슐의 통로에 들어와 서 있는 느낌을 준다.
1억7500만년에 걸쳐 형성된 이곳은 7000년전에 이미 인간이 살았던 역사적 증거물이 발견된 곳이며 2000년전에는 이나사지(Anasazi)토인 종족이 수렵 농경생활을 하며 살았으나 A.D.1300년경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다. 필자는 나바호 샌드스톤 마운틴을 촬영코자 캄캄한 새벽 목적지에 도착, 앞쪽을 바라보니 뭔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두 청년이 침낭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이곳에서 위풍당당한 황금색으로 변하는 샌드스톤 마운틴을 촬영하고 버진강가로 발길을 돌렸다.
자이언하면 해발 8,766피트의 높은 다코타 봉우리나 협곡 또는 엔젤스 랜딩의 가녀린 물줄기를 놓칠 수 없지만 버진강 주변을 돌아보면 마음을 사로잡는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고 평화롭고 아늑하기 이를데 없다.
꾸불꾸불 흘러가는 얕은 강물을 따라 어우러진 아스펜 트리와 코튼우드의 노랗게 물든 풍광은 한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다. 에덴 동산이 이처럼 아름
다웠을까 싶다.
필자는 밤이 되어 시내의 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요란한 컨트리 뮤직과 함께 손님들이 시끌벅적했다. 장식을 해놓은 것을 보니 핼로윈 데이였다. 타운에 걸맞는 치장이 고스트타운 같았다. 종업원 모두가 전통적 해괴한 탈을 쓰고 칠을 하고 박쥐같은 검은 의상을 두른 채 음식주문을 받고 요리를 하고 서브를 하며 돈을 받고 하는 것이 신판 오페라의 유령을 서부산간 무대에서 본 것 같아 새삼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되고 있다.
<이동곤: 국제프리랜스 사진작가 협회 정회원 및 다니엘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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