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열차는 1,2,3 등급이 있는데 우리 일행이 탄 기차는 소프트 클래스 1등칸이다. 문을 열고 방안에 들어가면 양옆으로 좌석겸 침대가 놓여있는 한 평정도의 방이다. 시설은 낡았지만 청결한 편이다.
밤새 달려 모스크바까지 갈 열차이다. 샌드위치, 비스켓, 초콜릿 등
먹음직스런 간식거리가 제공되고 식당차에서는 러시아인들이 좋아하는 수프도 팔고 있다.
우리는 시베리아를 횡단, 우라디보스크로 가는 특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먼동이 트기 시작하니 열차는 목적지인 모스크바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철도변에 농가가 띄엄띄엄 지나친다. 자작나무 숲이 우거진 사이사이의 농촌 가옥들과 정차하지 않고 지나는간이역들은 허술하고 퇴락한 기색이 역역한 것이 미국 농촌 풍경과 확실히 다르게 윤택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새벽안개가 서린 이름 아침에야 우리는 레닌그라드 역에 도착했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처음 맞이한 공기는 상큼했다.자본주의 영향으로 이제 이곳은 삼성의 대형 옥외 간판이 크레믈린 궁에서 가장 잘 보이는 시내 중심부에 걸려 있고 LG 등 한국 가전제품이 일제 소니를 제치고 판을 치는 세상이다,
모스크바 교포신문인 한글판 <우리신문> 이라는 소식지를 살펴보니 모스크바 시내에 한국식당만 13개에 이른다. 한인회를 비롯 한인 여행사가 7개, 가라오케, 카페, 미용실, 식품점, 법률 사무소, 선물점, 호텔, 민박집, 각 교단의 기독교, 원불교, 불교, 토요한국학교가 있고 본국의 각 일간지 등이 들어오는 등 한인이 생활하는데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모스크
바 한인사회는 뉴욕의 한인 사회만큼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소식지 공지사항에 코스크바 한인회장 선거가 눈에 띄었다.
러시아의 인재를 길러낸 모스크바 대학 본관 건물의 2,490m 높이의 첨탑에는 북극성을 표시하는 금빛 왕별이 빛나고 있다. 대학 캠퍼스 뒤쪽으로 돌아 모스크바 시내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 시내를 굽이치는 모스크바 강을 따라 전 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광장에는 노점상들이 기념품을 팔고 있다. 간단한 한국말을 하는 상인들을 보니 얼마나 많은 한인 관광객들이 길을 내고 다녔는 지 짐작할만하다.
어느 한인 식당의 점심 손님은 한국 단체 관광객이 100여명이 넘고 식당마다 한 평 남짓한 코너에는 한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러시아산 녹용과 버섯을 파는 것을 볼 수 있다.음흉하고 속내를 비치지 않는 사람을 빗대어 부르는 크레믈린 궁은 워싱턴의 백악관보다 더 쉽게 입장할 수 있다. 현지 러시아인 관광 안내원을 동반, 검색대만 통과하면 노란색 벽돌 집에 흰색 트림을 한 푸딘 대통령의 집무실 앞까지 관람이 허용된다.
이 궁전 안에는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두 가지 명물이 있다, 그 하나는 16세기에 제작한 구경 890mm,무게 40톤의 세계에서 가장 큰 대포가 있는데 한번도 발사된 적이 없다. 또 다른 하나는 1733년에 주조된 세계 최대의 종(높이 6m, 무게 200톤)이 있다, 그러나 이 종 역시 한 번도 울린 적이 없다고 한다.
궁전 앞뜰에는 1812년 나폴레옹 군대가 입성했지만 끝내 참패해 버려 두고 간 프랑스 대포가 줄줄이 전시돼 있어 러시아인들의 자존심과 승리를 말없이 과시하고 있다.
크레믈린 궁전 서북쪽 담 넘어 붉은 광장이 나온다. 붉은 광장은 양파모양의 지붕을 한 성 바실리 성당을 배경으로 한 넓은 광장이다.동방정교의 상징인 둥근 양파 모양의 정교하면서도 아름다운 채색의 성당 돔이 석양빛과 어울려 나그네의 심사를 어지럽힌다. 결혼식을 방금 마친 신부들이 하얀 드레스를 입고 무명용사의 무덤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들은 보기에도 지극히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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