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견직원이 일으킨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라이언 쿡의 아버지 칼튼 쿡과 어머니 자넷 쿡이 5일 헌팅턴비치의 자택에서 아들의 사진을 들고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준영 기자>
현대협력체 근무
만취상태 운전
모터사이클 받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목숨을 빼앗은 뒤 한국으로 도주한 뺑소니 운전자가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현대기아차 그룹의 전산업무 대행사인 ‘현대 인포메이션 서비스 노스 아메리카’(HISNA)에서 일했던 한국인 파견직원이 지난해 10월 만취된 상태에서 차를 몰다 사고를 일으켜 백인 청년을 숨지게 한 뒤 한국으로 달아난 사실이 경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밝혀졌다.
숨진 청년은 유명밴드 ‘서버반 레전즈’(Suburban Legends) 트럼본 연주자로 활약했던 라이언 달라스 쿡(23·헌팅턴비치)으로 쿡의 부모는 “소중한 생명을 빼앗고도 아무 책임감 없이 도주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용의자가 하루빨리 검거될 수 있도록 눈물로 도움을 호소했다.
5일 가주 고속도로순찰대(CHP) 샌타애나 지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9일 새벽 12시30분께 뉴포트비치 55번 프리웨이 남쪽 방향 3차선으로 달리던 현대 투산 SUV가 1, 2차선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카풀레인으로 진입,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멈춰서는 순간 카풀레인으로 달려 오던 혼다 CB750 모터사이클이 정면 충돌했다.
이 사고로 모터사이클을 운전하던 쿡은 옆으로 퉁겨져 나가 뒤따르던 3대의 차량에 잇따라 받혀 현장에서 숨졌고 SUV 운전자인 한인 이윤범(39·어바인)씨는 그대로 차를 몰고 도주했다.
CHP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씨는 사고후 한 목격자(witness)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날이 밝자 사고차량을 몰고 회사로 달려가 직장 상사에게 차량을 보여줬다.
이어 이씨는 같은날 LA에 있는 한 변호사 사무실에 갔다가 곧바로 LA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빠져나갔다. 이씨와 함께 미국에 왔던 부인과 딸은 이씨가 한국으로 도주한 뒤 얼마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사고 전 사업관계에 있는 한인들과 함께 가든그로브에 있는 서울정 식당에서 식사와 함께 소주를 8잔 마신 것으로 조사 보고서에 기록돼 있다.
샌타애나 CHP 제니퍼 힝크 경관은 “사건 보고서를 다음주 오렌지카운티 검찰에 제출할 것”이라며 “이씨는 차량 과실치사, 뺑소니, 음주운전 혐의 등으로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쿡의 아버지 칼튼 쿡(54)씨는 “아들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용의자가 한국으로 달아났다는 사실을 불과 3주전에 알았다”며 “아내와 세 딸이 라이언을 잃은 충격과 슬픔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HISNA 인사과의 한 관계자는 5일 “이씨는 지난해 10월 사표를 내고 한국 본사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사고에 대해 아무런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보 (714)567-6000 제니퍼 힝크 경관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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