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동네경찰이 속도위반하는 차들을 정지시키고 딱지를 뗄 때 보행자들과 다른 운전자들의 안전을 유지하는 경찰의 업무수행이 고맙게 여겨진다. 그런데 그 경찰이 남이 아닌 내게 딱지를 줄 때는 그가 별로 고마운 사람이 아니다.
개혁이라는 말은 참 좋은 말이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보다 더 좋게 바르게 하자는 것이니, 명분상으로는 누구든 반대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항상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을 개혁하고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교통경찰 얘기와 별로 차이가 없다.
우선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한국의 직선제 총장 제도와 미국의 총장선출 제도를 비교해 보자. 한국에서 민주화가 된 후 가장 먼저 대학교수단체들이 고친 것이 총장선출을 직선제로 바꾼 것이었다. 권력의 비호를 받는 이의 총장임명을 막아 보자는 취지였겠는데 이게 좀 문제다.
총장이 대학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교수들에겐 별로 인기 없는 일을 꽤 해야 한다. 그런데 교수들이 뽑아놓은 총장이 교수들이 귀찮고 싫어하는 일들을 시킬 수 있겠는가. 출신고교별, 단과대학별, 여러 파벌로 부터 좋게 좋게 선출된 총장은 취임 첫날부터 잡힌 몸이다. 개혁? 누구 맘대로 개혁을 해. 그렇다. 남에게 하는 개혁은 괜찮다. 그러나 날 개혁하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래서 미국대학에서는 총장선출위원회에 교수가 참여하기는 하지만 불과 한 두 명밖에 안된다. 고려대학의 경우를 기억하는 이들은 CEO 총장으로 모금도 많이 하고 학교발전에 공이 많은 총장이 교수들로부터 밀려난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말썽 없는 다른 대학총장들은 아마 현명해서 교수들 싫어할 일들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면 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어하고 업신여기게 되어버린 노대통령도 그렇다. 개혁이란 기치를 들고 나타났을 때에는 뭔가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개혁을 하는 가 했는데, 정부자체의 개혁은 별로 없고 정부는 갈수록 비대해지도록 두면서 국민들 개혁만 하려고 하니 국민들이 싫어할 수밖에 없다. “너나 잘 하세요”가 되어버린 것이다.
“잃어버린 십년”으로 경제가 한없이 의기소침한 한국과 달리, 그들의 “잃어버린 십년”에서 벗어나 2002년부터 경기확장세가 지금까지 이어진 일본은 정부의 개혁이 훨씬 잘 된 경우다. “네가 잘한” 것이다. 그들의 성공은 정치지도자의 제대로 된 문제인식과 다께나까라는 구조조정 전문의 경제학자가 있은 덕분이다.
한국에선 싫어하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으로 봐서는 경제를 살린 유능한 지도자였다. 내각의 각료는 으레 정치인으로 채우는 선례를 깨고 게이오 대학에 있던 다께나까 교수를 경제재정상에 임명해서 개혁의 선봉에 세우고 그와 임기를 같이하여 끝까지 밀어 주었다. 무척 어렵던 불량채권 정리도 이렇게 했고, 정부의 일을 민간에 이양하는 업무를 많은 적들의 공격 속에서도 시종일관 개혁마인드로 추진했다.
다께나까 교수의 성공은 ‘작은 정부’를 실현한데 있다. 개발도상국이 아닌 다음에야 어느 나 라건 비대한 정부는 낭비의 원천이다. 관료들에게 신선한 개혁을 바란다는 것은 그 말 자체가 우습게 들릴 만큼 어디건 관료들은 그 머리를 자기자리의 보전에 쓰도록 되어있다. 그들은 언제나 개혁을 막으려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다께나까 교수는 치밀하게 작전을 짰다. 이런 안을 내놓으면 관료들이 이렇게 반대해 올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런 전략으로 대응한다는 식으로 실물경제에 밝은 이들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준비했고, 결국은 우정사업 민영화 등 큰 프로젝트에서 관료들을 물리치고 성공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경제사업들이 효율성 있게 되려면 민간에 맡겨야하고 정부는 가급적 작은 정부가 좋다. 무슨 사업 육성이네 하면서 정부에서 사업을 벌이는 것은 그들의 영향력이나 키우는 것이지 경제적 실효가 없다. 관료들이 손대는 것은 무조건 부패해진다고 생각하면 거의 항상 옳다고 보면 된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