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순대표가 매주 토요일 실시하는 원예강좌에서 수강생들에게 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나무와 대화, 가장 즐거워”
LA식물원 한국정원 설치 필생의 사업
LA인근 위티어시 로즈힐스 묘지 인근에 자리 잡은 ‘JS너서리’를 찾은 날, 봄 햇살은 유난히 따사로웠다. 삭막한 프리웨이 옆, 그것도 송전탑이 여기저기 버티고 있는 ‘버려졌던 공간’에는 수만 그루의 묘목이 자라고 있다. 가히 상상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곳을 25년째 지키며 가꾸고 있는 송재순 대표는 최근 한인 언론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 중 한 사람. LA카운티 식물원내 한국 정원을 만들자는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펼치고 있는 ‘코리안 가든 소사이어티’의 회장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했던 그는 지난 72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장차 한국의 농진청에서 조국의 산림 행정을 이끌어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런데 웬걸. 주경야독 끝에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농업경영학 석사를 땄지만 그는 금의환향을 포기하고 미국에 남았다. 이유는 다소 의외다.
“제가 공부하던 위스콘신주의 숲이 너무 아름다워 흠뻑 빠졌어요. 이런 미국 땅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다였어요.”
당시 남가주에 거주하던 형의 권유로 그는 LA에 둥지를 틀었다. ‘아름다운 미국 땅’에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생존의 명제는 거스를 수 없었다. 툴만 구입해 당장 1인 가드닝 사업부터 시작했다. ‘페니세이버’ 등 전단에 광고를 내면서 주민들을 공략했는데 특유의 성실함은 입소문을 탔다. 조경과 배관까지 함께 하면서 초창기 대 여섯 집에 불과했던 어카운트가 날이 갈수록 불어갔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에디슨 전기회사가 소유한 부지를 저렴하게 렌트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송전탑을 끼고 있어 어차피 리테일 업종은 불가능하지만 너서리에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턱은 높았지만 일주가 멀다하고 전화를 해대는 송 대표의 끈기에 에디슨사도 손을 들었다. 그래서 빌린 땅이 현재 JS 너서리 부지중 2에이커다.
당시 렌트는 연 800달러. 이후 바로 옆의 개인 땅까지 빌려 10에이커까지 확장됐다. 80년대 중반 한인 타운 상권이 확장되고 한인 홈바이어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사업은 번창일로였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초창기 올림픽가 건물의 조경공사는 도맡아 하다시피 했을 정도”.
그가 비즈니스 못잖게 주력해 온 것은 후배 양성이다. 지금은 없어진 ‘코리안가드너협회’의 경우 한때 회원이 2,500명에 달했는데 그는 이곳의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78년부터 95년까지 17년간 자신의 값진 지식과 노하우를 전했으며 현재도 매주 토요일 원예와 조경 등을 무료로 강의한다.
“한때 한인들이 가드닝에 엄청 몰렸지만 힘들고 폼이 안 난다는 이유로 떠나는 것을 보면 아쉽기도 하다”는 송 대표는 “가드닝의 경우 떼돈은 못 벌어도 평생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말한다.
집 있는 사람들은 어차피 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되고 이 분야의 일하는 사람은 줄어 희소가치가 높다는 것. 단 “퀄리티 있는 잡을 해주냐가 관건”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요즘 ‘돈 되는’ 사업보다는 ‘돈 안 되는’ 커뮤니티 일에 더 많은 정력을 쏟는다. 지난 2003년 발족한 ‘코리안 가든 소사이어티’를 통해 미주 한인 커뮤니티 중심 LA에 한국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정원을 조성하겠다는 것.
“미 전국에 일본정원은 100여개, 중국정원은 10여개가 있지만 한국정원은 전무합니다. 전통 누각과 초정, 다정, 대나무 숲 등 한국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국 정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동안 한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정원 설치는 그의 필생의 사업이 됐다.
그는 아직도 직원들과 똑같이 손에 흙을 묻히며 너서리를 돌본다. “나무와 대화하는 시간이 즐겁다. 세상에서 나무를 다루는 것만큼 순수한 작업이 있을까”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달려온 노정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지만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가겠다는 그의 얼굴은 더 빛나 보인다.
2867 Pellissier Pl. Whittier (562)699-1172
<이해광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