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현준선 프로는 “평생을 연구해 온 골프 기술을 보다 많이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관 기자>
나이 잊은 열정… 미주 한인 골프계 대부
올해 만 71세의 프로 골퍼 현준선씨. 한인사회 원로인 그는 미주 한인 골프계에서는 선구자적 인물이다. 미주 한인 최초로 프로골프협회(PGA) 클래스 A 정회원에 입성한 기록을 가지고 있고, 50세의 나이에 투어 프로에 뛰어들어 15년간 현역선수로 활동하며 시니어 투어에서 유명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어온 남다른 경력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그가 현역 은퇴 후에는 한인 골퍼들에게 ‘쉬운 스윙의 원리’를 설파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왕성한 티칭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준선 프로를 만나 그의 외길 골프인생을 들어봤다.
50세에 PGA투어 입성 한인 프로 골퍼 1호
백상배 미주 오픈·시니어 챔피언 우승 명성
은퇴후 스윙 분석 등 과학적 교습법 집중 연구
“71세 나이는 숫자일 뿐” 왕성한 티칭 활동
고희를 넘긴 나이지만 ‘골프’를 이야기하는 현준선 프로는 여느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이 넘쳐난다. 지금도 매일 체력 훈련과 몸 관리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는 그에게서는 여전히 팽팽한 감각과 강인한 도전정신이 느껴진다.
그의 이러한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순간 궁금증이 드는데, 그가 국기원 공인 9단인 태권도 매스터 출신임을 알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 프로는 평남 진남포 출신으로 1·4후퇴 때 가족과 떨어져 피난 나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동신화학 연구원으로 직장에 다니다 서른 살 되던 해 유학차 미국에 와 처음 정착한 곳이 미네소타주였다.
그는 이곳에서 13년간 태권도장을 운영하며 수많은 미국인 제자들을 길러냈다. 한때는 운영하는 도장이 6곳에 달할 정도로 태권도 교육에 열성을 쏟던 그에게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처음 잡은 골프채가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가 35세 때였다.
운동으로 단련된 그는 골프의 매력에 금방 빠져들었다. 당시 일년 내내 자유롭게 골프를 칠 수 있는 골프장 시즌 티켓이 100달러였는데 이를 끊어서 매일 새벽 골프장의 첫 발자국을 낼 정도로 열심이었다. 이렇게 3개월을 치니 스코어가 90타대를 기록했고 또 3개월이 지나니 80타대로 내려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싱글 골퍼가 됐다고 한다.
“늦게 시작했지만 골프를 직업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4월이 되어서야 눈이 녹고 9월이 되면 수북이 쌓이는 낙엽 때문에 공을 찾을 수 없어 골프가 불가능한 미네소타에서는 어려운 일이었죠”
이렇게 해서 태권도장을 접고 프로 입문을 위해 LA로 이주한 것이 1978년이었다.
한인들에게도 친숙한 랜초팍 골프코스에서 티칭 프로로 시작해 몬트레이팍 골프장 헤드프로를 역임하며 지난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1985년 PGA 클래스 A 멤버에 입성, 한인 프로 1호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일보가 주관하는 한인 미주오픈인 제2회 백상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인사회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현 프로의 도전정신은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투어 프로생활을 위해 PGA 챔피언스 투어(당시는 시니어 투어)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바로 50세 생일날 ‘힐튼 헤드 시니어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예선을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날아가 PGA 투어에 합류하며 평생 잊지 못할 감격을 경험했다고 한다.
“첫 출전인 당시 대회에서 첫날 이븐파를 쳤는데 같은 스코어를 기록했던 아놀드 파머와 다음날 같은 조에 편성된 거예요. 또 마지막 날에는 브리티시 오픈을 5회나 우승한 당시 최다 상금 보유자 피터 탐슨도 같은 조에 합류했죠. 골프계의 전설이자 거장인 이들과 함께 라운딩한 벅찬 기억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투어 입문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거죠”
이후 2000년 PGA 시니어 챔피언십 대회를 마지막으로 현역 선수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현 프로는 모두 27차례 투어 본선에 진출했고 서던 캘리포니아 시니어 PGA 챔피언에 2번이나 올랐다.
현역 투어프로 은퇴 후 지금은 어떻게 하면 쉽게 골프를 가르칠 수 있는가에 몰두하고 있다. 1981년부터 본보에 기고해 온 골프칼럼에 지금도 열성을 쏟고 있고 자신의 경험을 담은 ‘golfeasy-way.com’도 운영하고 있다.
화학이 전공이었던 현 프로는 과학도답게 끊임없이 스윙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연구를 많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 프로는 최근 미국의 대표적 골프 교습가의 한 사람인 짐 하디의 새로운 골프스윙 이론을 담은 ‘스윙 플레인의 원리’를 번역 출판하기도 했다.
현 프로는 짐 하디의 스윙 이론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티칭 프로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LPGA 한인 유망주인 정일미 선수가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스윙 때문에 고민하다 현 프로에게 레 슨을 받고 성적이 크게 향상된 일화도 있다.
현 프로는 “인생을 골프 라운드로 본다면 이제 마지막 세 홀이 남은 느낌”이라며 “그동안 한인들로부터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과 사랑을 받았는데 뜻 깊은 마감을 하기 위해 지금까지 연구해온 골프의 기술을 되도록 많은 골퍼들에게 전해주고 싶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현 프로는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이미 주니어 골퍼들을 대상으로 함께 라운딩을 하며 가르치는 ‘무료 플레잉 레슨’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동안 레슨을 받았던 장년층은 물론 누구라도 원한다면 함께 라운딩을 하며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프로는 67세 때인 지난 2003년 66타를 기록, 한 라운드에서 자기 나이 이하로 스코어를 낸 ‘에이지 슈터’(age shooter)이기도 하다.
현 프로는 “남은 희망이 하나 있다면 ‘에이지 슈팅’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는 것”이라며 “86세 골퍼가 80타를 쳐서 6언더로 우승한 적이 있는데 나도 나이 80이 되면 우승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현준선 프로 약력
△연세대 화학과 졸업
△80년 제2회 백상배 미주오픈 우승
△85년 한인 최초 PGA 클래스 A 정식 멤버 등록
△85~2000년 시니어 투어 멤버
△96·97년 서던 캘리포니아 시니어 PGA 챔피언십 우승
△현 웨스트리지 골프코스 교습 디렉터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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