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한국-베네수엘라전의 승패는 이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를 입증했다.
베네수엘라는 한국을 몰랐다. 한국프로야구를 전혀 모르는 베네수엘라로선 한국의 전력을 파악하기 힘든 것은 당연했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이미 결론이 내려진 사안인데도 한국이 ‘스몰볼’을 한다고 운운한 것은 무지하거나 아니면 자국팀의 전력을 너무 과신, 한국을 얕봤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한국이 ‘거포군단’ 베네수엘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스몰볼을 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날 경기 결과는 그것마저 의심하게 했다. 베네수엘라는 이날 9안타 가운데 장타가 카를로스 기옌의 홈런 하나뿐이었지만 한국은 홈런과 2루타가 2개씩 10안타 가운데 4개가 장타였다. 또 완전한 홈런성이었던 초대형 파울홈런도 2개가 있었다.
이날 베네수엘라의 최대 패인은 에이스 필릭스 헤르난데스를 놔두고 카를로스 실바를 선발로 내보낸 것이었다. 실바가 이번 대회 가장 잘 던졌다며 그를 내보냈지만 그것은 이탈리아와 네덜란드 등 약체들과의 경기에서 올린 성적으로 그가 한국팀을 압도할 만한 투수가 못된다는 것은 한국팀의 경기를 본 웬만한 팬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또 베네수엘라의 진짜 에이스가 헤르난데스라는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결국 베네수엘라는 실바로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한국을 가볍게 보고 결승에 대비해 에이스를 아껴둔 것이고 그 판단 미스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첫 손 꼽히는 탑 영건 에이스인 헤르난데스와 현 지상 최고의 클로저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를 모두 벤치에 앉혀둔 채 무기력하게 참패해 탈락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해 쫙 꿰고 있었다. 베네수엘라 선수 대부분이 메이저리거인 사실은 오히려 한국에게 도움이 됐다. 한국에 메이저리그 경기가 대부분 중계되기에 이를 통해 이들 선수들을 자주 봐 온 것. 또 유일한 빅리거 추신수도 큰 도움을 줬다. 실바의 투구경향과 구질 등을 동료들에게 완벽하게 브리핑해 이날 2회 쐐기 투런샷을 친 김태균은 경기 후 실바가 어떤 볼을 던질 줄 미리 알고 있어 치기가 수월했다고 털어놨다.
물론 세계 최고의 명장 김인식 감독이 그런 정보를 그냥 보낼 리 없었다. 실바가 위에서 내려찍는 스타일이면서도 볼을 낮게 던지는 것이 추신수의 스윙궤도와 잘 맞는다는 점에 착안, 그동안 부진했던 추신수를 선발 우익수로 내보냈고 이는 1회 승부를 결정지은 스리런홈런으로 결실을 맺었다.
결국 한국은 상대 베네수엘라를 알고 자신도 알았지만 베네수엘라는 상대는 물론 자신도 잘 몰랐고 이 차이가 경기결과로 나타났다.
김동우 <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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