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청소년들의 흡연문제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중·고교 시절부터 담배를 경험하는 한인 학생들의 수가 늘고 있고 흡연을 시작하는 연령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한인 청소년들의 흡연문제는 유난히 흡연율이 높은 한인사회의 문제점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인 청소년들의 흡연 실태와 문제점 및 대책, 학부모들이 알아야 할 점들을 집중 진단해 본다.
담배 첫 경험시기 7~8학년으로 빨라져
흡연에 관대·부모 영향 ‘대물림’ 많아
발견땐 꾸짖지 말고 원인 찾아 해결을
한인 청소년의 흡연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다.
■사례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졸업하고 미국으로 온 10학년의 김모군은 고등학교에 입학 후 부쩍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말이 안 통해 친구들과 친해지기 어렵고 문화적 차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늘었다. 결국 안방에서 아버지 담배를 우연히 접했다가 지금은 ‘골초’가 됐다.
이제 겨우 13세인 중학생 최모군은 영화 속 주연배우가 담배 피는 모습이 멋있어 처음으로 흡연을 시도했다. 주변 친구들도 하나 둘 담배모임 대열에 동참해 어느새 하나의 비밀모임이 돼버렸다.
이처럼 한인 중·고생들이 아직 채 인성이 형성되기도 전에 담배를 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LA 한인가정상담소(소장 카니 정 조) 윌리엄 박 청소년 전문 상담사는 “한인 청소년 흡연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추세”라며 “문제는 처음 흡연을 하는 연령대가 7~8학년까지 낮아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가주금연상담소를 통해 금연에 들어간 성인 한인들이 자신들의 첫 흡연시기를 10~11학년이라고 답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
■실태
지난 2009년 LA 한인청소년회관(KYCC)이 14~18세 대상 한인 청소년 흡연율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2%가 흡연자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들은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모두 흡연자라고 답했다. 설문조사를 주도한 비키 정씨는 “한인사회에 만연한 관대한 흡연문화가 가장 큰 문제”라며 “한인 부모들의 높은 흡연율이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 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하반기 연방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발표한 ‘전국 청소년 흡연 설문조사’(NYTS) 결과에 따르면 성인 흡연자 80% 이상이 18세 이하에 흡연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전국 청소년 흡연실태의 경우 2009년 현재 중학생 8.2%, 고등학생 23.9%는 ‘어떤 형태로든 담배를 피워 봤다’고 응답했다.
아시아계 청소년 흡연의 경우 2009년 들어 중학생 흡연율을 2006년 5.0%에서 3.6%로 떨어진 반면 고등학생 흡연율은 9.2%에서 13.1%로 증가했다. 특기할 점은 지난 10년 동안 전국 중·고등학교 청소년 흡연율은 모두 크게 떨어졌다는 점(중학생 15.1%->8.2%, 고등학생 34.5%->23.9%)이다. 아시안, 특히 한인 청소년 흡연율의 경우 이와 반대로 나타난다는 점이 문제다.
■문제점
이처럼 한인 청소년들의 흡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한인들의 관대한 흡연문화와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정 내 부모 흡연도 청소년들에게 문제의식을 심어주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연에 관한 부모 역할이 미비해 청소년 흡연율이 좀처럼 줄지 않는 셈이다.
지난 8월 LA 카운티 공공보건국(CDPH) 발표에 따르면 한인 남성 10명 중 4명(44.8%)은 흡연자로 이는 타인종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 전체 흡연율은 23.8%로 카운티 흡연율 14.3%과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아시안 약물남용방지 프로그램 AADAP 백영옥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한인 부모는 자녀가 담배를 펴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반응할 때가 있다”며 “부모가 흡연에 따른 건강악화 문제점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한인 청소년 금연운동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울 경우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흡연은 스트레스나 가정 내 갈등, 학내 왕따 등에 따른 부수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청소년 흡연을 발견할 경우 충분한 대화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찾아야 한다.
한인가정상담소 윌리엄 박 상담사는 “부모가 자녀의 흡연을 발견하면 화를 내거나 꾸짖으면 안 된다”며 “공격적인 반응은 문제를 더 크게 만들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솔한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면 이후 흡연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금연을 위해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지 사태파악에 나서야 한다. 박 상담사는 “부모가 감당할 수 없을 경우 금연상담소 등 전문가의 도움을 빨리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연을 위한 엄격한 기준이나 규칙 시행도 중요하다. AADAP 백영옥 코디네이터는 “21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는 집안의 술과 담배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며 “부모가 흡연이 왜 건강에 해로운지, 중독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정보습득에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강하게 흡연이나 음주를 반대할 경우 청소년 80% 이상이 거스르지 않겠다고 한 연구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10대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부모가 자존감을 북돋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인 7∼12학년 청소년 흡연·약물경험 비율>
(출처: 미 전국 미성년자 건강 조사)
담배 / 마리화나 / 흡입용 환각제 / 마약
<청소년 흡연 동기>
(출처:한국금연운동협의회)
호기심 / 친구따라 / 스트레스 해소 / 맛이 좋아서 / 멋있게 보여서 / 기타
파랑-남자 중학생 / 빨강-남자 고교생
<김형재 기자>
<금연 상담> 가주금연상담소 한국어 (800)556-5564, 한인가정상담소 (213)389-6755, www.laqui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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