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좋다는 건 다 이유가 있게 마련이라고 난 생각한다. 그래서 물건을 살 때는 무엇보다 소비자 평가를 중요시하고, 여행지에서 식당을 택할 때도 사람 많을 곳을 택한다. 같은 이유로 요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드라마는 예전에도 많이 보아왔던 스토리 라인에 비슷한 주인공들의 캐릭터로 기대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오는 정원 때문에 나는 요즘 매일 설렌다.
가을바람과 햇살에 흔들리는 갈대, 잘 자란 나무들 사이로 평화롭게 놓인 산책로, 밤하늘 달과 별을 품은 연못, 또 자꾸 반복해 보면 연못 위를 나는 오리의 날갯짓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이슬을 머금은 잔디의 풀 향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내용이 막바지로 접어든 요즘은 계절도 바뀌어 나를 반하게 했던 정원도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잔디는 누렇게 변했다. 하지만, 또 하얀 눈으로 덮여 나름 색다른 멋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님을 나는 안다. 저렇게 다듬어진 잔디밭은 얼마나 자주 깎아 주어야 하는지, 보기 싫게 쌓여 있는 낙엽들이 없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같은 이런 단순한 생각부터 스프링클러는 어떻게 장치되어 있는지, 어떤영양제를 쓰는지, 해충 피해는 없는지, 현대적인 건물이 자연과 저렇게 잘 어우러지려면 어떤 식의 조경 디자인을 했는지, 궁금함도 걱정도 많아진다. 가드닝을 취미가 아닌 공부로 시작하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아직도 모르는 게 더 많지만, 적어도 지금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지는 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를 나는 안다. 어찌 이런 이치가 가드닝 뿐이겠는가? 멋져 보이는 모든 것들엔 그만큼의 시크릿이 있게 마련일 게다.
겨울비에 점점 더 녹색으로 짙어지는 정원을 보고 있자니 아직은 봄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요 며칠 좋은 햇살에 이른 봄준비를 했다. 커다란 화분에 낙엽과 흙을 한 켜씩 덮어 거름흙을 만들고, 비로 무너진 채소밭 틀도 손 봐 놓았다. 채소밭에 심을 씨와 애뉴얼(annual) 모종을 만들 씨앗들도 골라 놓았다. 어쩌면 이런 성급함도 올 한 해 내게 기쁨을 줄 내 정원의 작은 시크릿이 아닐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