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씨 기적적 생환기 연일 주류 언론에도 대서 특필
‘어메이징 그레이스’ 계속 부르며 “죽지 않는다” 확신
<속보>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서 마운트 레이니어 고도 6,400피트에 고립된 채 이틀간을 버틴 후 구조된 김용준(66ㆍ타코마ㆍ본보 1월18일자 1면 보도)씨의 기적적인 생환기가 주류언론에도 연일 대서 특필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한인 서북미 레이니어 산악회장인 김씨는 본보 및 시애틀타임스 등 주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눈길에 미끄러져 고립됐지만, 겨울산행 준비를 나름대로 잘 했던 것이 목숨을 구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매주 토요일 산악회 회원들과 등산하는 그는 이날도 배낭 속에 밥 등 한국 음식을 챙겨 넣었으며, 발이 젖을 것에 대비해 여분의 양말도 챙겼고, 이날 따라 라이터도 휴대했다.
실종 당시인 지난 14일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동료들과 분리된 뒤 그들을 만나기 위해 눈길을 내려가다가 다시 골짜기로 미끄러지면서 그는 워키토키 무전기와 장갑 한 짝, 지팡이를 분실했다.
하지만 그는 나무 사이에서 눈을 피하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가지고 갔던 라이터로 주변 나뭇잎과 가지를 태웠고, 배낭에 있었던 여분의 양말, 나일론 스카프, 부상에 대비해 준비해갔던 밴디지, 칫솔은 물론 마지막에는 지갑에 있던 1달러와 5달러짜리 지폐까지 태우며 언 손을 녹혔다.
퓨알럽 한인장로교회의 장로인 김씨는 “이틀간을 산속에서 갇혀 있으면서 미끄러졌던 곳으로 다시 올라가기 위해 수차례 시도했고, 결코 죽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기도하고 찬송가를 불렀다”고 말했다. 한국말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수십 차례 반복해서 불렀고, 결코 죽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김씨는 “이틀간 혼자 있으면서 아내가 나를 찾아와 함께 따뜻한 사우나에 가는 상상 같은 꿈을 꾸기도 했다”며 “나는 이미 암을 이기기도 했고, 한국에서 전력회사에 다닐 때 25피트 높이 전봇대에서도 떨어졌지만 시련을 겪고 일어섰기 때문에 반드시 살아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료들과 분리된 뒤 51시간 30여분만인 지난 16일 오후 2시께 구조대원들에 의해 발견됐다. 썰매에 실려 파라다이스로 내려오던 김씨는 자신의 카메라를 구조대원에게 넘겨주며 현재 모습을 촬영해달라고 부탁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다리와 목 부근에 약간의 타박상과 이빨 하나가 부러졌다는 김씨는 구조된 뒤에도 병원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귀가했다.
김씨는 “골프는 점수가 잘 나지 않으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지만 등산은 차량 기름값 10달러만 있으면 맑은 공기에다 건강에도 최고로 좋은 운동”이라며 “한 주 정도 쉬었다가 다시 레이니어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주 토요일마다 한인 회원들과 함께 산행하며 레이니어의 공기를 마신 것이 암을 이겨낸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레이니어 국립공원 관리 사무소는 현재 4명의 등산객이 당초 복귀 일정을 넘긴 상태에서 연락이 두절돼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황양준 기자 june66@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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