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커뮤니티 지도층 대화.중재로... ‘불씨’는 여전
텍사스주 달라스의 마틴 루터 킹 도로변에 있는 K주유소.
30일 오전 10시께 한인이 업주로 있는 이곳에선 흑인 남성 3명이 `Don’t stop! Don’t shop!(차를 세우지도 물건을 사지도 말라)’라고 쓴 피켓을 들고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하나같이 잔뜩 화가 난 표정의 이들은 주유소에 들어오는 운전자들을 향해 "여기는 흑인을 무시하는 인종주의자가 장사하는 곳"이라며 박씨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주유소에 들어선 운전자들 대부분은 시동을 끄지 않고 차를 돌려 빠져나갔다.
주변 상인들은 전날인 일요일에는 시위대가 20여명이 넘었다고 전했다.
주유소 내 편의점 옆에는 경찰 차량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경찰의 삼엄한 감시에도 아랑곳않고 시위대의 리더인 제프리 무하마드씨는 영업 방해를 계속했다. 무하마드는 지난달 9일 편의점에서 업주 박씨와 말싸움을 벌이다 "아프리카로 가라"는 인종비하 발언을 들었다는 사람이다.
그는 취지진이 다가가자 대뜸 "나는 한국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공산주의와 맞서싸운 6.25 참전용사라고도 했다.
시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커뮤니티가 우리와 손잡고 저런 사람을 쫓아내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박씨의 입에서 `아프리카’외에도 `검둥이’, `노예’라는 말도 나왔다고 했고, 다른 시위자는 이 업소에서 2년 전 흑인 남성이 돈을 훔치다 총에 맞아 숨졌고 흑인 여성들의 가방을 뒤지고 때렸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피부가 검다고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격정을 토해해는 시위대에 대해 한인사회에서는 불순한 특정 의도를 갖고 진상을 왜곡하고 있다는 말들이 많았다. 아시아계가 장악한 상권을 빼앗기 위해 박씨를 목표 삼아 갈등을 일으켰다는 것
이 업소에서 흑인이 사살된 것에 대해선 종업원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쏜 것이어서 아무런 문제 없이 넘어갔다고 했다.
흑인 시위자 "한인업주가 인종비하 발언"
한인커뮤니티 "불순한 의도로 진상 왜곡"
한인사회 지도층에서는 "별 것도 아닌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며 언론을 원망했다. 달라스한인회는 이날 오전 한인 언론사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 보도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요청했다.<본지 31일 기사 참조>
일부 한인 업주들은 "극소수의 흑인 범죄자들 때문에 흑인을 친절하게 대할 수 없는 환경 탓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이 문제가 이렇게 한다고 덮어질 일이냐"며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이들 흑인 시위대의 목소리는 최근 NBC 지역 방송에 보도되면서 흑인 주민 상당수가 인지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한인 언론사 관계자는 "안이하게 대처할 문제가 아니다"며 "흑인 주민들이 흑인 단체들을 동원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처음이라서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단 무하마드씨는 박씨와 화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동맹조직에서 원하면 시위를 그만둘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의 유진철 회장은 31일 "내달 2일 오후 6시 댈러스에서 이번 사태에 개입돼 있는 댈러스 흑인단체 지도자들과 회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회장 등 미주총연 집행부와의 협의에는 미국 흑인사회를 대표하는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와 흑인계 이슬람 단체인 네이션오브이슬람(NOI) 등 4~5개 단체의 댈러스 지부가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NOI는 지난달 9일 한인 주유소 업주 박모씨의 흑인비하 발언에 격분해 시위 주동자로 나선 이슬람 성직자 제프리 무하마드씨가 소속돼 있다.
유 회장은 "사안이 워낙 민감해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일단 양측이 얼굴을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대화가 잘돼 일이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한인과 흑인사회 지도층 간의 대화와 중재 노력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언제든지 다시 활화산으로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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