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11번째 작품일 뿐이죠."
배우 김민희는 영화 `아가씨'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히데코'를 연기했다.
배우에게 박찬욱 감독과 영화를 완성한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단순히 박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박찬욱이라는 독보적인 창작자가 창조한 세계에 발을 디딘다는 건 전에 몰랐던 영화적 체험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는 달라진다. 강혜정이, 이영애가, 김옥빈이 그랬다.
박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그의 전작들 처럼 기괴하고 아름답다. 히데코를 연기한 김민희도 그러했다. 그는 분명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강렬한 캐릭터를 만났고, 전례 없는 아름다운 연기를 했다.
하지만 김민희는 “의미…그런 거 없다. `아가씨'는 나의 11번째 작품으로 소중히 간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희는 그저 연기한다. 박찬욱을 홍상수를 변영주를 만나서 연기하는게 아니라 연기를 하다가 박찬욱을 홍상수를 변영주를 만난다.
“박찬욱이기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 일단 시나리오 자체가 흥미로웠고,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믿음이생겼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흥미와믿음이) 있다면 (박찬욱 감독이 아니더라도) 했을 것이다."
히데코는 `이상한 여자'다. 일본인 귀족 히데코는 5살 때 조선에 왔고, 조선에 있는 영국식·일본식·조선식 건물이 조합된 저택에서 자랐다. 일제 강점기 시기 일본인인 히데코는 일본인이된 조선인 이모부의 ‘통제' 속에 살아간다. 그리고 백작과 백작이 고용한 하녀를 만나면서 변화를 겪는다.
“고민이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고 쉽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없었다. 동성애 장면? 고민안 한 건 아니지만, 한 번 정했으면 더이상 돌아보지 않는다. 이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고민하면서 연기를 해나간다는 것 자체도 내게는 즐거움이다." 꿈꾸는 미래 같은 건 없다고 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한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작품을 해나가면 그만이고,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동참할 수있으면 좋을 것이라는 거다.
김민희는 ‘글에 없는 감정'이라는 말을 했다. 감독이 설명하지 않는, 시나리오에 적혀 있지 않은 감정이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는 분명히 있고, 그것을 드러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내가 찾는 거다. 흐름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감정이 툭툭 끼어들 때가있다. 그런 것을 덧붙여서 내가 연기하는 히데코의 감정을 더 다채로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김민희가 말하는 연기의 즐거움이고 김민희만의 방식이다.
배우를 말할 때 흔히들 ‘인생작'이라는 말을 쓴다. 특정 작품이 그 배우연기 인생 최고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 이 표현을 쓰곤 한다. 김민희는 `아가씨'가 자신의 인생작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런 건 시시하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어떤 작품 하나가나의 인생작이 될 수는 없다. 또 다른내 모습이 그때 그때 캐릭터에 다 담겨있다. 그건 소중한 거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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