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력발전기 폐날개 매립·소각, 비싸고 오염물질 발생 논란
▶ 유럽서 ‘열가소성 수지 분해’ 개발… 싸고 재활용 가능
■ 수명 다한 풍력 날개·수소용기 뒤처리는
유럽풍력발전협회가 오는 2025년부터 수명이 다한 풍력발전기의 날개(블레이드)를 매립하지 않기로 했다. 덴마크의 베스타스와 LM윈드파워, 독일 지멘스 등 유럽의 풍력발전사들도 이 방침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풍력발전기 날개 3개의 무게가 50여 톤이나 되는데 기존 방식대로 매립할 경우 썩지 않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자원 낭비도 심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20~25년의 수명을 다한 풍력발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풍력발전기에 들어가는 강철, 구리, 전자 장치 등의 재활용도 필요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비중이 제일 큰 폐날개다.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2030년 세계적으로 연 40만 톤, 2050년에는 연 200만 톤의 풍력발전기 날개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에르 제라르 프랑스 아케마 수석연구원은 서울경제에 이메일을 통해 “스페인·네덜란드·독일·프랑스 등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수명을 다한 풍력발전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한국·중국 등 아시아에서도 10여 년 후에는 이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풍력발전기의 날개는 유리섬유 40%와 탄소섬유 5%, 에폭시나 폴리에스터로 구성된 수지(접착용 수지) 30%, 기타 나무 등으로 구성된다. 날개 하나의 길이가 50~70m짜리가 일반적이다. 정부가 2030년까지 48조 원 이상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로 전남 신안 앞바다에 조성할 계획인 해상 풍력발전기의 날개는 70~100m에 달한다.
현재 기술로는 폐날개를 매립하지 않으려면 이를 잘게 부숴 콘크리트에 집어넣어야 해 비용이 많이 든다. 유럽 일부에서는 소각하는 방식도 쓰고 있지만 연소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나온다. 미국의 한 회사는 폐날개를 분해해 유리섬유 알갱이를 건자재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그리 활성화돼 있지는 않다.
풍력발전기 날개나 항공기·자동차·건자재 등에 적용되는 탄소섬유 등 복합재료는 강철보다 훨씬 가볍고 강도가 센데 그 정도로 섬유와 수지가 강하게 결합돼 이를 분리하기 힘들다.
하지만 열을 가하면 녹는 열가소성 수지를 활용하면 기존 에폭시수지를 쓸 때에 비해 20여 년 뒤 폐날개의 섬유와 수지를 분해해 재활용할 수 있다. 발전 현장에서 제조도 가능해져 날개를 더 크고 길게 만들 수 있고 보수·수리가 용이한 장점도 있다. 고온에서 경화되는 에폭시수지에 비해 생산성을 늘릴 수 있어 제조비도 일부 절감된다. 현재 미국 에너지부 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기업과 함께 열가소성 수지로 만든 13m짜리 풍력발전기 날개를 만들었는데 날개 재활용을 위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도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폐날개를 분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케마는 재활용이 가능한 열가소성 수지를 개발해오고 있다. 제라르 수석연구원은 본지에 “풍력발전기 날개가 20~25년의 수명을 다하면 이를 재활용해 쓸 수 있는 열가소성 수지를 개발해 GL-DNV라는 국제 인증을 받았다”며 “아케마의 열가소성 수지로 풍력발전 날개를 만들 때도 기존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 추가 장비 투자가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기술의 상업화를 위해서는 3~5년가량 소요되고 섬유와 수지의 저렴한 분리 기술도 추가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소차 등에 쓰이는 수소 용기(수소 탱크)도 앞으로 수년 뒤부터 점차 재활용 이슈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수소차에 쓰이고 있는 일진하이솔루스 등의 수소 용기는 700bar 수준의 초고압 기체 수소를 저장한다. 이를 위해 가볍고 강도가 높은 탄소섬유와 접착용 수지를 적용한 복합 소재를 쓴다. 김성종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4~5년 뒤에는 수소 용기 폐기 문제도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며 “수소 용기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친환경 수지를 활용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전국적으로 산지 등에 널리 보급된 태양광 발전의 노후 모듈이 수명을 다하며 폐기 과정에 돌입해 폐패널 재활용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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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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