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이철수씨 구명운동 다룬 다큐 영화
▶ 살인 누명 종신형 받았다 재심서 무죄, 줄리 하·유진 이 한인 2세 2명 공동감독
“피고 이철수에게 배심원 전원 합의로 무죄를 평결한다”
1982년 샌프란시스코 법정 밖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갱단 살인사건의 누명을 쓰고 10년 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민자 이철수의 석방을 요구했던 미주 한인들이 부른 축배의 노래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아시안 인권운동의 상징이었던 고 이철수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이철수에게 자유를’(Free Chol Soo Lee)이 지난 23일 2022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줄리 하와 유진 이 감독이 6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인물을 30명 넘게 인터뷰해서 제작한 한인들이 반드시 봐야할 다큐 영화다. 이철수 구명위원회를 통해 한인들에게 잘 알려진 사건이지만 막상 83분 길이의 다큐를 보고 나면 복잡한 감정에 빠지게 된다. 선댄스에서 첫 시사회가 끝난 다음날인 24일 줄리 하·유진 이 감독을 줌 화상으로 만났다. 두 사람은 “우리 둘 다 항상 아시안 아메리칸에 대한 복잡미묘한 이야기에 끌렸다”며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 이야기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 다큐는 고 이철수씨가 1973년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서 발생한 갱단 살인사건의 누명을 쓰고 복역하던 중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사회운동이 일어나 약 10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실화를 다루고 있다. 당시 이씨와 관련 없는 갱단 일원이 거리에서 총에 맞아 숨진 나흘 뒤 당국은 소년원 수감 전력이 있던 이씨를 체포했다. 그리고 이듬해 그는 백인 목격자의 부실한 증언만을 토대로 1급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때 그의 나이는 21살에 불과했다. 이씨는 복역 중이던 1977년 다른 재소자를 살해해 사형수 수감 감옥으로 이감됐다. 당시 자칭 백인 우월주의자였던 재소자가 자신을 찌르려고 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한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때 사건을 추적하던 ‘새크라멘토 유니언’의 탐사기자 이경원씨가 백인 증인이 찰나의 순간 아시안의 특징을 구별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보도를 계기로 ‘이철수구명위원회’가 조직됐다. 전국적인 관심이 쏠려 모금액으로 10만 달러가 전달돼 변호사 선임 등 비용을 충당했다.
줄리 하 감독은 “우리가 만든 이 영화를 통해 이철수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고 진실을 공유하는 창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들의 바램대로 세바스찬 윤씨가 고인의 목소리가 되어 들려주는 사연은 이철수 구명운동의 과정은 물론이고 석방 이후 갑자기 스타(?)가 되어 살아가고 다시 나락에 빠져드는 미처 몰랐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씨는 1982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이듬해 석방된다. 이씨는 사회로 나온 뒤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판매원 등으로 일했다. 그러나 억울한 옥살이의 상처와 녹록지 않았던 삶으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약에 중독됐고 1990년 마약 소지 혐의로 1년6개월을 복역했다. 인생 말년에는 인근 대학의 아시아 미국학 수업에 나서 자신의 경험담을 전하기도 했고 2014년 62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하 감독은 “이씨는 석방된 뒤 정상적인 삶을 살거나 아시안 아메리칸을 돕고 싶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삶은 쉽지 않았고 다시 일어서고 노력하기를 반복했다. 너무 오래 버텼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이씨의 사연을 통해 서구 언론과 사법 시스템에서 ‘보이지 않는’ 아시안들의 비가시성도 조명한다.
유진 이 감독은 “우리가 항상 지겹게 이야기했던 것 중 하나가 이 영화가 어떻게 미국이 아시안 아메리칸을 보는 방식뿐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지였다”며 “우리는 아시안 아메리칸들이 너무 쉽게 지워지고 소외되는 것을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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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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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나를 무시하고 차별하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억울한 이것저것 모두다 나를 이르키고 다짐하며 성공하는 잘살아가는 에너지로 작용하여 다른이들보다 잘되고 행복할때만이 그들을 이기는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