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사건 20년 만에 당시 호흡기 치료사 기소
▶ 평소 1년에 1명 숨지다 이 기간만 급증…사인 의문
치료사 변호사 “희생양…수년간 증거도 못 찾아”
미국 미주리주(州) 중심도시 캔자스시티에서 북동쪽으로 145㎞ 떨어진 작은 마을 칠리코트. 인구 9,100명의 이 마을에 있는 작은 병원 헤드릭 메디컬센터에선 2001년 12월부터 5개월간 급성 심정지 사망자가 급증했다. 이 5개월은 당시 21세였던 제니퍼 홀(41)이 호흡기 치료사로 이 병원에서 일한 기간이다.
이전만 해도 1년에 평균 1건이었던 병원 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코드 블루’ 환자가 이 기간 18명이나 발생했다. 이 가운데 9명은 회복됐지만 9명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숨진 사람 중에는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당시 88세), 은퇴한 환경보호요원(82세) 등 고령의 환자도 있었지만 폐렴으로 입원했다 곧 퇴원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37세와 49세의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했던 환자도 있었다.
2002년 5월 이 병원에 폐렴 때문에 입원했던 페른 프랑코(당시 75세)가 입원 직후 사망했다. 홀은 프랑코가 사망한 지 사흘 만에 행정휴가에 들어갔고 몇 달 후 다른 건으로 해고됐다. 이후 이 병원의 심정지 사망자는 예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주리주 리빙스턴카운티 보안관실은 사건 발생 20년 만인 지난 12일(현지시간) 홀을 체포했다. 그녀는 1급살인죄로 기소돼 19일 보석 없이 구속 수감됐다. 하지만 변호사는 홀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20년 동안 묻혀 있던 시골 병원의 의문스러운 연쇄 심장마비 죽음의 진실은 밝혀질까.
미 AP통신과 현지 KCTV 등에 따르면 숨진 프랑코 몸에서는 호흡 근육을 마비시키는 이완제 숙시닐콜린과 진통제 모르핀 치사량이 발견됐다. 프랑코 담당 의사는 이 약품을 처방하지 않았다. 누군가 주입했다는 얘기다.
2010년 리빙스턴카운티 검사가 된 아담 워렌은 2012년 “철저한 수사가 끝난 적이 없다”며 헤드릭 메디컬센터 사건 수사를 개시했다. 그리고 이제야 홀의 체포가 이뤄졌다. 그러나 왜 수사에 10년이 걸렸고,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카운티 검시관은 “병원 관계자들이 홀에 대한 우려 경고를 받았지만 나쁜 평판을 피하기 위해 이 일을 덮는 데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고 AP는 보도했다. 당시에는 어떠한 범죄 수사도 개시되지 않았다.
반면 홀의 변호사는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죄로 다시 (범인이라고) 지목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한 번 겪는 것도 끔찍한데 두 번 겪는 것은 반복되는 악몽”이라고 밝혔다. 그는 홀이 무고한 희생양이라는 입장이다. 약품 처방 권한도 없고 숙시닐콜린 등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수사당국이 수년간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민사 사건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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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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