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대통령(가운데)과 버락 오바마(좌)·빌 클린턴 전 대통령(우) [로이터=사진제공]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서도 정치 바람이 뜨겁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싱겁게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 자리를 일찌감치 확정지으며 각 당의 경선 열기는 사그라들었지만, 그만큼 때 이르게 본선 레이스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놀랍게도 혹은 놀랍지 않게도 미국과 한국의 정치 행사는 본질과 양태 모두 매우 유사하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동원해 세를 결집해 과시하고 이를 추동력 삼아 기선을 잡는 대중 정치의 작동 방식이 동일한 데다 모여드는 군상들의 면면 역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나라가 크게 다르지 않다.
열광하는 지지자들과 그 틈에 섞여 든 반대파, 어지러운 시위대까지 언어와 규모(당연히 미국이 압도적으로 크다)만 바꿔놓는다면 큰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다만 한 가지 피부에 크게 와 닿았던 차이점이라면 목소리를 높이는 반대 세력과 마주한 정치인의 태도를 꼽고 싶다.
얼마 전 바이든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를 방문했을 때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군중 어딘가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계방송의 특성상 객석의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아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연설을 방해하는 누군가의 발언을 바이든 대통령은 저지하지 않고 일단 경청했다.
주변 지지자들 사이에서 야유가 쏟아지자, 바이든 대통령이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며 청중을 정리했고 잠시 후 큰 박수와 함께 연설을 이어갔다.
29일 뉴욕시에서 열린 대규모 후원금 행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민주당 출신 전현직 대통령이 총출동한 이 단일 행사에서만 2천500만달러를 거둬들일 정도로 이목이 집중된 행사였다.
행사가 열린 라디오시티 뮤직홀 앞에는 지지자 못지않은 규모의 반(反)이스라엘 시위대가 몰려 들었고, 일부는 250달러부터 시작하는 입장권을 구매해 행사장 안에서 "부끄러운 줄 알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말만 하고 듣지 않을 수는 없다"며 "그것이야말로 상대편이 하는 일"이라며 시위자를 설득했다.
이보다 더 편협할 수 없을 트럼프의 '재림'에 최소한 유권자의 40%는 지지를 보내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과연 감복하기만 할 일인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다만 토론과 설득, 나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이는 열린 자세가 민주주의의 토대라는 명제가 그렇다고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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