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군소 정당은 금주당(Prohibition Party)이다. 1869년 세워진 이 당은 19세기 말까지 기세를 올리다 20세기 들어서는 세력이 약화됐다. 그러나 그 정신은 금주 운동가들에 의해 계승돼 1919년 미국 내에서 알콜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18조가 제정됐다. 음주를 법으로 막는 것이 알 카포네를 비롯한 갱 단의 배만 불려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1933년 수정헌법 21조로 폐기되는 했지만.
처음 알콜을 맛 본 인디언들이 중독자로 변해 망해 가는 꼴을 직접 봐선 지 청교도 정신의 영향 탓인지는 몰라도 미국은 서방 국가 중 가장 알콜 규제가 엄한 나라다. 입대와 투표는 18살부터 할 수 있지만 술 마시는 것은 21세가 돼야 가능하다. 국민 평균 음주량도 술 좋아하기로 소문난 독일과 아일랜드는 물론이고 스페인, 프랑스 등 라틴계 나라의 절반 밖에 안 된다. 같은 앵글로색슨 계인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도 모두 미국보다 술을 더 마신다. 단주 모임은 다른 서방국가의 10배가 넘는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역행하는 그룹이 있다. 여성, 그 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이다. 작년 뉴욕 시라큐즈 대학에서는 남학생보다 2배가 많은 여학생이 과음으로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는 뉴욕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1999년이래 400개 대학에 설치된 알콜 중독 카운슬링 반에 도움을 요청한 남학생은 1만 6,000명인 반면 여학생은 1만9,000명이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이제는 중고등학교까지 남녀 학생의 술 마시는 비율이 별 차이가 없게 됐다.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술 먹은 후 섹스를 한 것을 후회하는 여대생수가 늘고 있고 조지타운 대학에서 금주법을 어겨 적발된 여대생 수는 3년 사이 35%가 증가했다. 하버드 대 자료에 따르면 1993년에서 2001년 사이 여대에서의 폭음 사례는 125% 폭증했다. 취한 여대생이 성폭행 등 원하지 않는 섹스를 할 가능성은 150% 늘어난다는 연구 보고서도 나와 있다.
이처럼 여성 음주가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의 하나는 ‘술 마시는 데도 남성에 질 수 없다’는 잘못된 페미니즘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한 교수는 여학생 반에 들어가 여성은 체내에 알콜 분해 효소가 적고 지방이 많아 체질적으로 남성보다 술에 약하다고 설명하다 성 차별주의자로 몰릴 뻔하기도 했다.
한인 여성들의 음주에 관한 통계는 없지만 음주 운전으로 적발되는 여성은 매년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술을 먹고 차를 몰다 2명을 죽이고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한인 여성이 8년의 징역형을 언도 받기도 했다. 20세기 초 금주 운동을 주도하던 것은 술 취한 남성의 횡포에 지친 여권 운동가들이었다. 이제는 남성들이 나서 여성의 음주를 말려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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