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는 자동차에 빛을 내는 전기장식 달기가 유행이다. 헌 차에 엔진을 바꿔 끼우거나 차체를 낮추는 등, 지난 수십년간 유행해온 자동차 뜯어고치기의 최신판으로 차체 밑에서 보라색 네온 불이 퍼져 나오고, 돌고 있는 바퀴는 핑크색 원반 같아 보이며 내부 역시 파란 불이 빛나는, ‘발광’ 자동차들이 점점 더 거리에서 많이 목격되고 있다.
이 ‘발광’ 자동차는 10년전쯤 남가주의 아시아계 10대 청소년들이 차체에 그림이나 불이 들어간 특수 패널을 대고, 때로 엔진까지 강화시켜 자동차를 경주용 차량처럼 변형시킨 데서 시작됐다. 오늘날 젊은 자동차 소유주, 특히 선벨트 지역 거주자들은 자동차의 모든 빈틈에 불을 단다. 페달도 번쩍이는 것으로 바꾸고 번호판 주위도 LED로 감싼다. 타이어에 전구를 연결시켜서 돌아가면 불로 된 반지처럼 보이게 하며 후드 밑에도 스트로브나 네온 튜브를 달아서 자동차가 마치 빛이 쏟아지는 길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주요 자동차 조명기구 제조사인 ‘헬라’의 마치 윌리엄스 사장에 따르면 연간 그 일에 지출되는 돈이 2억5,000만달러로 대부분은 자기 자동차를 개인 조명극장으로 바꿔놓는 20대들이 고객이다. 캘리포니아주 퍼시피카에 자리잡은 다이믈러-크라이슬러사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프리먼 토마스도 "문화적 현상입니다. 헌 차에 새 엔진을 넣은 것도 청년 문화 때문이었어요. 기본적인 자동차를 고쳐서 자기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지요"라고 말한다.
그런 사람들이 늘다보니 지난 4월 뉴욕 오토 쇼 기간에는 ‘글로우-오프(Glow-Off)’라는 자동차 조명 경연대회가 같이 열리기도 했다. ‘글로우-오프’란 네온 및 기타 자동차 조명 액세서리 제조사중 하나인 ‘스트릿 글로우’의 창설자 잭 판자렐라가 만든 용어로 자동차 오디오 경연대회인 ‘사운드-오프’를 본 딴 것이다. "우리 회사는 생긴지 10년됐는데 해마다 매출이 2배씩 늘었습니다. 세대마다 자동차에 관한 한 나름대로의 유행이 있는데 Y세대에겐 바로 조명입니다"고 스트릿 글로우의 마케팅 디렉터인 스티브 해밀턴은 말한다.
발광 자동차들은 속력에는 별 관심이 없다. "속도는 우선 순위에서 한참 밀립니다. 그보다는 외관이 중요하죠. 별로 비싸지 않은 작은 자동차를 가져다가 돈을 들여 꾸미는 겁니다"라고 해밀턴은 곁들이는데 맞춤 발광차의 거의 반은 혼다가 차지하지만 차츰 도요다, 미쓰비시, 다이믈러-크라이슬러의 ‘니온’과 포드 ‘포커스’도 늘고 있다. 어떤 손님들은 주로 중고차를 가져다가 자동차 값만큼 장식한 차를 최고로 친다.
스피드는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음악은 중요하다. 조명을 오디오 및 비디오 시스템과 연결시켜서 자동차를 바퀴 달린 소형 댄스 클럽을 만들기도 하고 스트로브와 튜브를 조작해서 강력한 베이스 스피커의 리듬에 따라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하게 만들기도 하고 게임 콘솔과 연결시킨 평면 모니터를 대시보드나 의자 등받이에 올려놓고 레이싱 게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조명에는 강력한 배터리가 필요해서 어떤 이들은 후드 밑에 축전기를 달기도 하고 주차시엔 변류기를 이용해서 집안의 직류전기를 끌어다 쓰기도 한다. 원래 10대 자동차 문화란 것이 당국의 비위를 거스르게 되어 있어 고속도로에서는 불빛을 끄고 다녀야 한다. 대부분의 지역 고속도로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 발광 자동차는 아직 시장에서 틈새적 위치에 머무르고 있지만 장차는 보다 폭넓은 입지를 확보할지도 모른다. 이 자기 표현의 시대에 지난해 도쿄 오토쇼에서 도요타와 소니가 운전자의 기분에 따라 불빛이 바뀌는 ‘파드’라 불리는 자동차를 전시했고 포드도 감정뿐만 아니라 속도변화까지 표시하는 LED 패널을 붙인 ‘글로카’의 원형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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