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박봉현 편집위원
중국 노나라의 대부 맹지반은 전쟁에서 적국에 몰려 퇴각할 때 아군 행렬의 맨 뒤를 맡았다. 도망칠 때 후미는 적군의 추격에 가장 가깝게 노출돼 있어 매우 위험하다. 그래도 맹지반은 자청해 소임을 다했다. 적군의 선두가 다가오면 쳐부수어야 하고 자칫 목숨을 잃기 쉽다. 우여곡절 끝에 아군 행렬이 적진을 빠져 따돌렸다.
안전하게 성문에 도달하자 맹지반은 화살 하나를 뽑아 들고는 말의 엉덩이를 세차게 내리쳤다. 그리고는 골인점을 향해 질주하는 경마선수처럼 앞쪽으로 쏜살같이 말을 몰았다. 의아하게 여기던 부하들에게 맹지반은 "위험한 후미를 맡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 놈의 말이 말을 듣지 않아 하는 수 없이 뒤쳐지게 됐다"고 했다.
전쟁에서 지긴 했지만 대부가 군대 행렬 후미를 맡을 필요는 없다. 맹지반은 살신성인의 자세로 후미를 지킨 것이다. 하지만 성문에 들어갈 때는 ‘목숨 건 사수의 맹장’이란 티를 내지 않으려 갑자기 말을 앞쪽으로 몬 것이다. 많은 병사들이 안전하게 귀향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서도 조금도 내색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진정으로 부하들을 아낀 대부였다. 논어에는 맹지반의 겸손함이 잘 그려져 있다.
이와 정반대로, 규방의 부인이 침선에 사용하는 자, 바늘, 가위, 실, 골무, 인두, 다리미 등을 ‘일곱 벗’으로 의인화한 고대소설 ‘규중칠우쟁론기’는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고 공치사만 늘어놓는 세태를 묘사하고 있다. 옷을 만들거나 고칠 때 제각각 쓰임새가 다르거늘 저마다 ‘옷은 내가 만들고 고친 것’이라고 뽐내다 규방주인으로부터 책망을 듣는다. 골무가 죄를 빌어 마무리되지만, 옷과 관련한 ‘공 다툼’을 꼬집고 있다.
며칠 전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가 한인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보답하려 마련한 기념행사에서 월드컵후원회와 LA한인회 두 단체가 공을 다투는 모습에 한인들은 씁쓸해한다. 월드컵 응원은 수많은 한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설령 이들 두 단체가 기여한 것이 있다 해도 병사들을 구한 맹지반은 말할 것도 없고, 옷을 만드는 데 분명히 한 몫 한 규중칠우에 비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티격태격 하는 모습은 너무 실망스럽다. 사람은 누구나 자화자찬하고 폼잡고 싶어한다. 유전자가 그렇게 돼 있는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심리상태를 ‘저열감’에서 찾는다. 한민족의 10명 중 7명이 저열감에 사로잡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자신의 용렬함을 위장하기 위해 더더욱 내세우려 한다는 것이다. "두 단체가 만일 70% 그룹에 있다면 하루속히 30% 그룹으로 옮겨갔으면 한다"면 지나친 바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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