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계미년 양띠해라고 하지만 양순한 동물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힘든 것 같다. 우선 우리와 연결돼 있는 미국과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이나 사건들은 이겨내기에 너무나 버겁다. 게다가 우리 생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경제가 엉망이다. 그래도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했던 8년 동안에는 경제를 걱정한 사람은 드물었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는 공교롭게도 각가지 이유로 계속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지금처럼 말만 꺼내면 경제문제로 어려움을 토해내는 때는 없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그럼 클린턴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다는 이야기인가. 허기야 사생활에 대한 뒷 얘기도 많긴 많았지만 신기할 정도로 그 당시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다지 큰 잡음이 불거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당장 경제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원유 산지인 중동문제가 불거지면서 기름 값이 자꾸 올라 서민들의 생활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모든 물가
에 영향을 미치는 기름 값이 배럴 당 30달러가 넘어서는 시기가 곧 눈앞에 도래할 것처럼 보인다.
이같이 기름 값이 자꾸 올라가면 다른 물가를 자극할 수 밖에 없다. 물가란 하나가 올라가면 다른 것도 덩달아 오르면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더불어 임금투쟁에다 뉴욕시 살림살이도 40억 달러나 적자가 되고 보니 이를 메우기 위한 당국의 여러 가지 조치로 이래저래 서민들만 죽어나게 마련이다. 재산세 인상에다, 대중교통 수단인 지하철, 버스 요금까지 현행
1달러 50센트에서 1달러 75센트나 2달러로 올리겠다며 들먹이고 있다. 시에서는 주차 등 모든 벌금액수도 거의 곱으로 올려놓고 위반자 색출에 혈안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있다.
물가 상승 파동은 심지어 복지기관에까지 미치고 있다. 기금의 축소로 수혜자가 받는 혜택도 전보다 훨씬 더 적어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정말 여기가 복지국가 미국인지 다른 나라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업주들은 저마다 경기가 업종별로 평균 30~50% 이상 다운됐다고 울상이다.
이런 상황이 물가상승의 영향으로 생긴 현상이라면 우리는 이제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하나. 아무리 보아도 지금으로서는 별 뾰족한 묘책이 없어 보인다. 이럴 때는 무조건 긴축을 하는 것만이 대안이다. 하다못해 아이들이 사달라는 장난감이라도 줄이는 식으로 조그만 것이라도 지출을 막는 길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예 사러 나가지 않는다면 또 소매상의 입장에서는 죽을 지경이 될 것이다. 그러니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밖에. 새해들어 정말 밝은 뭐가 나와야 할 텐데 지금의 상황으로선 그다지 빛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상반기에 들어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대통령도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는 등 경기활성화를 위해 절치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꽁꽁 얼어붙은 경기가 언제나 풀릴 수 있을런지 아직은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슨 수로 이 고비를 넘기느냐 그것이 관건이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살길이 훤히 열려져 사는 게 아니라고 말들 한다. 그만큼 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우리말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어떻게든 이 고비는 굴러간다. 그래도 아직까지 타국에 비하면 이것도 여유가 있는 불평이다. 잘 먹고 잘 살던 시절이 있어서 조금만 조여져도 이런 불평이 나오는 것이다. 형편없는 나라에 비하면 그래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우리네 살림은 여유가 있다.
극단적인 예로 북한동포들을 보라. 엄동설한도 아랑곳 않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서 50만이나 되는 유랑민이 헤매고 다닌다. 이런 일을 비교하면 아직도 우리네 생활은 호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이 ‘위를 쳐다보면 한이 없고 밑을 내다보면 새까맣다’고 했다. 나보다 잘사는 사람도 많지만 못한 사람도 수 없이 많다. 그러니 이런 때는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양처럼 순하게,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며 경기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여주영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