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 곡예편에는 자식이 부모를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있다. 효도의 기본 원칙이다.
우선, 추운 겨울이면 부모님이 춥지 않도록 따뜻하게 해드리고, 더운 여름이면 시원하게 해드릴 것. 저녁이면 잠자리를 봐드리고, 아침이면 문안을 드릴 것.
언뜻 보면 별로 대단한 내용이 아닌 것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보통 정성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여름, 겨울로 대표되는 4계절, 아침저녁으로 상징되는 하루 24시간 부모님이 편안한지 늘 세심하게 살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마디로 부모는 최고의 가치를 두고 받들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 동양의 가르침이다. 이런 정서적 전통 때문에 부모에게 해를 가하는 패륜은 우리에게 특히 충격적이다.
지난 주말 오렌지카운티에서 30대 초반의 아들이 60대의 아버지를 칼로 찌르고 자해한 사건이 한인사회에서 큰 충격이 되고 있다. 특히 노인들은 아들이 아버지를 칼로 찌르다니, 말세라는 반응이다.
실직 후 우울증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진 아들은 경찰에 체포돼 병원으로 옮겨진 후 병실에서 투신 자살했다. 한 청년을 패륜과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으로 내몬 것은 결국 우울증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이었다.
세계 보건기구는 21세기 인류 최대의 질병으로 우울증을 지적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 역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3대 요인으로 심장병과 교통사고, 우울증을 꼽았다. 암이나 에이즈, 당뇨병 등 완치가 어려운 질병들보다도 우울증이 더 위협적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환자의 수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청소년 우울증, 갱년기 우울증, 노인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 주부 우울증, 하다 못해 휴가 복귀 우울증 등 우울증이 너무 많다. 미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15% 정도가 일생 중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우울증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합쳐지면서 나타나는 정신질환. 아무리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라도 삶에 대한 의욕이 있으면 투병이 가능한데 우울증 환자들은 왜 사는 지 의미를 못 느끼고 절망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는 것이 문제이다.
중증인 경우 전문적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가벼운 우울증은 일상생활의 변화로 극복이 가능하다. 걷거나 달리는 운동 요법, 음악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는 음악 요법이 있고, 최근에는 소설 요법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슬픈 소설을 읽고 나면 환자들이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느끼며 우울증을 털어 버리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특히 도지는 가을, 나를 살피고 이웃을 살피자.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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