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첫 전당대회는 1831년에 열렸다. 개최 이유는 ‘프리메이슨의 정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 반(反)프리메이슨 성격의 정치집회가 말하자면 전당대회였던 셈이다. 어찌됐든 이후 전당대회는 미국 정치의 한 전통으로 자리잡게 됐다.
본래 전당대회 하면 영화 광고문을 연상시킬 정도로 흥미를 불러일으켰었다고 한다. 격렬한 토론이 벌어진다. 대의원 확보 싸움이 벌어진다. 그리고 표 대결에서 전세가 확 뒤집힌다.
그러다 보니 폭력이 난무할 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 70년대였나, 한국서 흔히 보던 ‘각목 전당대회’ 비슷한 광경도 가끔 연출됐었다는 이야기다.
스릴 만점에 서스펜스가 넘치고 폭력이 난무하기도 하는 게 전당대회의 진면목이었다는 것. 그러나 이처럼 흥분과 역동성이 지배하던 전당대회는 이제 볼 수 없게 됐다.
모든 게 사전 각본에 짜여져 진행된다. 대통령 후보도 이미 정해졌다. 주요 연설자들도 정해져 있다. 그리고 프라임 시간대에, TV시청자에 맞추어 진행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출이다. 전국에서 모인 대의원들은 엑스트라이고 주요 연설가들은 비중 있는 조연 격이다. 주인공은 물론 대통령 후보다.
그래서 전당대회는 대통령후보 공식지명과 지명수락연설로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이번 주부터 시작된 민주당 전당대회도 마찬가지다.
TV시대를 맞아 이처럼 눈요기행사 성격이 더 짙어지면서 전당대회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동시에 이런 질문이 제기된다. 전당대회는 도대체가 필요하긴 한 것인가.
그 한 대답은 이렇다. “전당 대회 두 주간. 이 기간에나마 정치적 파워는 미디아가 아닌 정당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필요하다.” 미디아가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정치 판을 비꼬아 한 이야기다.
정당 스스로가 각본을 짜고 연출하고 그럼으로써 정·부통령 후보를 부각시키고, 정강정책을 알린다. 4년만에 한번 단 두 주 동안 벌어지는 전당대회는 이런 면에서 꼭 필요한 정치 페스티벌이라는 것이다.
알만 할 것 같다. 그렇지만 다시 묻는다. 왜 전당대회는 필요한가. 그 답이 이번에는 이렇게 되는 게 아닐까. 한국 국회의원들의 외유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산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회가 개점휴업상태에 들어갔다고 한다. 7월과 8월 잇달아 열리는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 전당대회 참관 차 한국의 선량들이 대거 미국방문에 나서서 라는 거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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