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 못 알아들을 사람이 있을까. 이 병의 이름은 그렇지만 80년대 초만 해도 상당히 생경했었다.
이 병이 처음 알려진 그 무렵 한가지 괴담이 나돌았다.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는 이 가공할 신종질환은 미 CIA, 아니면 소련의 KGB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바이러스 인공 돌연변이를 통해 만들어 낸 새로운 세균이 에이즈 균으로, 아프리카 오지에서 실험을 하다가 외부로 번졌다는 것이 괴담의 골자. 물론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다.
이 80년대의 음모설은 그렇지만 한 가지를 알려주고 있다. CIA가 그만큼 무소불위의 존재로 비쳤었다는 사실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세계 최대 정보기구다. 전체 예산 규모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적이 없다. 정확한 고용 인원도 물론 비밀이다.
이 CIA가 탄생하게 된 직접적 배경은 일본의 진주만 기습사건으로, 정보의 원활하고 적절한 평가와 보고 체계가 국가안보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자각하게 되면서다.
이후 냉전시대에 CIA는 전성기를 맞는다. ‘소련제국을 붕괴시켜라’- 이 지상명제에 따라 CIA 가 냉전의 최전선을 담당해오면서다.
마셜 플랜을 막후에서 지원했다. 각종 지하활동을 통해 소련블록에 자유사상을 주입시켰다.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결국 무산시켰다. 분명 CIA의 공로다.
실패 사례도 그러나 하나 둘이 아니다. 피그만 침공 실패가 대표적 케이스. 그뿐이 아니다. 냉전이 한창일 때 CIA 이른바 ‘더러운 전쟁’을 수행해왔다. 외국원수 암살공작 말이다.
이 와중에 형성된 게 달갑지 못한 CIA신화다. 제 3세계에서 정변이 발생한다. 곧바로 나오는 게 CIA 개입 설이다. 한국서도 정변이 났다 하면 들먹여지는 게 CIA 배후 설이었다.
이 CIA가 곧 해체될 수도 있다는 보도다. 무엇이 잘못돼 CIA는 역사 속으로 살아질 상황을 맞게됐을까. 제도상의 허점이 지적된다. 워싱턴 내의 역학 구조가 거론된다.
핵심의 문제는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미국의 정보기관은 비이성적 사건을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이는 지금과 같은 테러시대에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한 분석가의 지적이다.
미국이 당면한 적이 달라짐에 따라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사악하지만 이성적이다’- 냉전시대 미국의 적을 말함이다. ‘사악하다. 거기다가 비이성적이다, 아니 광신적이다’- 테러시대 에 미국이 맞이한 적에 대한 평가다.
CIA 개편은 그러면 무슨 의미를 가지게 될까. 전쟁의 양태가 과거와 전혀 달라졌다는 데 대한 대비다. 어찌 보면 소름끼치는 이야기다.
<옥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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