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무슨 낙으로 사나”
한국 대표팀의 결승 진출 좌절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인들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 20일 아침 직장인들은 지난 주말 못 다한 야구 이야기를 나누며 4강 탈락의 아쉬움을 달랬다. 양로보건센터에 모인 할머니·할아버지와 샤핑을 나선 주부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야구가 화두였다.
한인들은 대표팀의 선전과 응원열기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이치로 선수의 망언과 조직위의 엉성한 대회운영에 대한 불만, 아마강국 쿠바의 선전, 김병현 징크스 등 다양한 주제로 시작된 이야기들은 끝날 줄 몰랐다.
사이프러스 사랑양로보건센터에 다니는 도록현(부에나팍·74) 할아버지는 “한국이 차려 놓은 밥상을 미국이 못 받아먹었다”며 “한국이 일본에 진 게 분해서 이틀동안 잠을 못 잤다”며 안타까워했다. LA흥사단 이병도 회장은 “타민족 직장 동료들이 한국팀의 선전에 축하 인사를 보내기도 했다”며 “4강까지 올라온 것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일부 한인들은 2002년 월드컵 때 그랬던 것처럼 WBC 후유증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예선전 때부터 시작해 2주 이상 야구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열성 야구팬들은 일본 전 패배의 충격과 목표 상실의 허전함 때문에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샌디에고에서 열린 준결승전을 관람한 한 회사원은 “몸도 피곤하지만 야구 생각에 일이 제대로 손에 안 잡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충고했다.
조만철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일본에 지고 대진이 불합리해 억울함이 가중된 측면이 있지만, 야구를 통해 공짜로 좋은 기분을 만끽한 것도 사실”이라며 “운동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자세를 버리고 운동은 그 자체로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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