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스웨덴 최고 갑부가 된 알프레드 노벨이 다이너마이트 급 충격을 받았다. 노년의 어느 날 프랑스 신문에 ‘죽음의 사업가, 파괴의 발명가, 다이너마이트의 괴수 노벨 사망’이라는 기사가 대서특필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휴양지 칸느에서 살다가 죽은 그의 동생 누드비그 노벨을 한 촐랑이 기자가 알프레드 노벨로 착각하고 쓴 오보였다.
건축, 도수로, 광산 굴착 따위의 평화산업에 쓸 목적으로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은 자기가 세상을 떠난 후 ‘죽음의 사업가’라는 평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고심 끝에 그는 자기의 어마어마한 재산을 정리해 인류의 문명발전과 평화신장에 이바지한 사람들에게 매년 상을 주도록 유언을 남겼고, 그 유언에 따라 1895년 세계 최고권위의 노벨상이 제정됐다.
노벨의 의도와 달리 다이너마이트는 자고로 평화산업 못지않게 전쟁용, 테러용으로 널리 쓰인다. 바로 노벨평화상이 수여되는 노르웨이의 오슬로 중심부 정부청사에서 작년 7월 다이너마이트 폭탄이 터져 7명이 사망하고 최소한 19명이 부상했다. 같은 날 오슬로 남쪽 우토에야 섬에서 열린 집권당 청년캠프에서는 무차별 총격사건이 벌어져 4명이 사망했다.
누가 총을 발명했는지 모르지만 그도 노벨처럼 ‘죽음의 발명가’로 저주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총포는 다이너마이트보다 훨씬 앞서 화약을 발명한 중국인들이 12~13세기경 만들었다. 이 원시총포는 유럽에 전수된 뒤 미국으로 넘어와 종류와 성능 면에서 크게 발전했으며 독립전쟁과 인디언 도륙의 서부개척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인들의 필수품이 됐다.
미국인 10가구 중 4가구가 총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에 2억1,000여정의 총기가 나돈다. 국민 1인당 1정 꼴이다. 연간 1만1,500여명이 총에 맞아 죽는다. 하루 32명, 시간당 1.4명꼴이다. 매년 어린이 140명이 총기오발사고로 숨지고 1,500여명이 다친다. 개인의 총기소유 규제를 지지하는 사람이 91%에 달하지만 총격사건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비교적 안전한 도시로 꼽히는 시애틀에서 지난 열흘사이 무고한 시민 6명이 두건의 무차별총격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엊그제 워싱턴대학 인근의 한 카페에서 정신질환자가 손님 4명을 사살한 후 인근 주차장에서 여성 운전자를 총격살해하고 그녀의 차량을 탈취해 도주했다가 약 4시간 후 웨스트 시애틀에서 경찰에 포위되자 자기 머리를 총격해 자살했다.
그보다 닷새 앞서 더 어처구니없는 비극적 사건이 터졌다. 메모리얼 데이 연휴 가족여행을 위해 모처럼 샌프란시스코에서 올라온 노부모와 자기 처자를 밴에 태우고 센트럴 시애틀의 한 교차로를 통과하던 40대 엔지니어가 때마침 양쪽 보도에서 교차를 사이에 두고 언쟁을 벌이던 라이벌 갱 중 한쪽이 쏜 유탄을 머리에 맞고 운전석에 앉은 채 숨을 거뒀다.
그의 죽음은 안전하다는 시애틀에서조차 누구든지, 언제든지, 특히 어디서든지, 비명횡사할지 모르는 파리 목숨임을 실감케 했다. 친지들에게 100% 안전하다고 장담했던 등산로조차 믿을 수 없게 됐다. 지난달 가족과 애완동물을 몰살한 종말론자가 산 속에 파놓은 벙커 속에서 각종 총기로 무장하고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엔 경찰에 발각돼 자살했지만.
근래엔 한심하게도 한인들까지 못된 총질을 흉내내고 있다. 미국사상 최악의 캠퍼스 테러로 기록된 조승희의 2007년 버지니아텍 무차별 총격사건(33명 사망), 2009년 캘리포니아주 테미큘라 피정의 집 난사사건(1명 사망), 금년 2월의 애틀랜타 수정 사우나 총기난사사건(5명 사망), 지난달 오클랜드 오이코스대학 총기난사사건(7명 사망)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는 이’라지만 ‘총기에 총기’는 곤란하다. 총을 곁에 두고 있으면 사고가 나기 쉽다. 특히 한인들 가운데는 다혈질이 많다. 욱하고 화를 내면 겉잡지 못한다. 사건을 저지른 후 “권총만 옆에 없었더라도…”라고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한인들이 호신용이나 방범용 권총을 마련하기보다는 총기규제 캠페인이 벌어질 때마다 적극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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