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내놓고 살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 계약 조건의 하나로 “감정가가 계약 금액보다 낮게 나올 때는 감정가 대로 매매를 한다”는 조항을 넣겠다고 하였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겠는가? 오늘은 이에 관해 본다.
집을 팔고자 할 때, 살 사람이 나타나서 오퍼를 넣고 가격을 포함한 모든 조건에 매매 쌍방이 합의를 하고 이를 문서화하면 계약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계약은 매매가 성사되기 위한 첫 관문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 이후로도 계약 유지를 장담할 수 없게 하는 여러 상황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계약서상 집을 사는 사람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건(contingencies)이 발생하면, 어떻게든 이를 해결해야 매매 계약이 유지될 수 있다. 건물(property), 터마이트(termite), 라돈(radon), 지하수(well), 정화시설(on site septic) 등의 여러 검사(inspection)와 융자, 감정, 콘도 규정 등이 그 예이다. 집을 사는 사람은 이런 조건에 따른 검사 결과 혹은 일의 진행 상황에 만족하지 않으면 그냥 집을 안 사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계약은 없던 일로 되고, 계약금과 중도금 등 집 살 사람이 냈던 돈은 다 돌려줘야 한다. 계약할 때 그렇게 합의했고 계약서상에 그렇게 적혀 있으면 말이다.
지난 몇 해 동안 집 값이 많든 적든 계속 내리기만 했던 상황에서, 집을 사는 사람에게 상당히 민감한 문제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감정(appraisal)이다. 감정은 집의 현재 시장 가치를 평가하는 일인데, 누구라도 할 수는 있지만, 계약서상 말하는 감정은 흔히 이를 업으로 삼는 전문가(appraiser)가 행한 것을 지칭한다. 집을 사는 사람은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서든 스스로의 조사 결과에 의해서든 자신이 사고자 하는 집의 가치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상에 거의 대부분 감정이 등장하고, 이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것이 융자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집을 사고자 은행에 융자를 신청하면, 은행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감정이다. 집을 얼마에 사겠다며 그 80% 혹은 90%를 꾸어달라고 하는 데 그게 타당한 일인지, 아닌 말로 사기는 아닌지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20만불 가치 밖에 없는 집을 50만 불이라고 하고 40만 불 혹은 45만 불을 융자해 달라고 할 수도 있는 일이니 은행이 속지 않기 위해서는 감정이 필요한 것이다. 감정 결과, 그 집의 가치가 계약 금액 혹은 그 이상으로 나오면 문제가 없다. 제 값에 혹은 제 값보다도 싸게 산다는 말이니 적어도 가치 면에서는 안심하고 돈을 꿔줘도 되는 것이다. 문제는 감정가가 계약 금액보다 낮게 나올 때이다. 값이 적게 나가는 집에 많은 돈을 꿔달라고 하는 것이니, 나중에 융자금을 못 갚는 사태가 생기면, 그 집을 차압 해도 큰 손해가 날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감정가가 낮게 나오면 은행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둘 중 하나다. 몇 퍼센트가 되었건 신청자가 원한 융자 비율만큼만 감정가 기준으로 꾸어주는 것이다. 예컨대, 50만 불에 집을 사겠다며 그 80%인 40만 불을 꾸어 달라고 했는데, 감정가가 45만 불로 나왔으면, 45만 불의 80%인 36만 불만 융자해 주는 것이다. 차액 4만 불은 집을 사는 사람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자기 돈으로 넣든지, 집 값을 깎든지 해서 말이다. 둘째는 융자 비율을 높여서 꾸어주는 것이다. 은행이 보는 집의 가치는 45만 불이므로, 40만 불을 꾸어주되, 이를 50만 불의 80% 융자로서가 아니라 45만 불의 88.89% 융자로 주는 것이다. 융자를 받는 사람이 모든 면에서 그만한 융자를 받을 자격이 되고 그렇게 원하면 그리 할 것이다.
그런데, 감정가가 낮게 나오면 누구라도 그 집을 원래 계약 금액 대로 사는 게 왠지 꺼림칙할 것이다. 따라서 감정가가 계약 금액보다 낮게 나오면, 융자에 차질이 생긴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든 심리적인 이유에서든, 가격에 대해 재협상을 한다는 조항을 대개 선택하게 된다. 집을 사는 사람이 그 집의 가치에 대해 확신이 있고 융자가 덜 나오더라도 차액을 감당할 능력이 있다면 가격을 다소 내리는 선에서 협상이 타개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은행 감정가 대로 값을 내리는 수 밖에 없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택 매매 계약의 모든 조항은 협상을 기본으로 하므로, 애초부터 감정가대로 판다는 조건을 넣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 필요하면 협상을 한다는 조항을 넣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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