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 소음, 혼란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인의 삶은 숨 가쁘다. 쉼이 없다. 쉬지 않고 바쁘게 사는 것을 미덕으로 아는 현대인은 멈추어 설 줄 모른다. 혼자 있지 못하고 느리게 사는 법을 모른다. 그들의 일상의 모습은 매일 똑같은 자리에서 숨 가쁘게 채 바퀴를 돌리는 다람쥐 같다.
포스트모더니즘의 다문화 영향권 아래 있는 현대인은 느림과 묵상의 시간을 갖는 것보다 분주하게 떠드는 군중 속에 휩쓸려 살아야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다.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군중에 휩쓸려 사는 것이 현대인의 현주소가 되었다. 정체성의 위기다.
정체성의 위기를 만난 현대인의 모습은 아프리카의 스프링복(springbok)을 닮았다. 스프링복은 어처구니없이 미련하게 죽는다. 이것들은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다가 풀이 조금 적어지면 불안한 군중심리에 사로잡힌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앞에 있는 풀을 차지하려고 앞서 나가면서 무모한 경쟁이 시작된다.
연쇄자극을 받고 흥분된 거대한 무리가 너도 나도 정신없이 앞으로 내 달린다. 달리다가 절벽을 만나면 그 자리에 멈추어 서야 하는데 그 때는 이미 늦었다. 뒤에서 벌떼처럼 쫓아오는 동료들이 밀어붙이는 힘 때문에 절벽으로 떠밀려서 몰사하고 만다. 멈춤을 모르고 달리기만 하는 스프링복과 현대의 군중은 다를 바 없다.
스프링복 같은 무모한 삶에서 탈피하는 길이 무엇인가. 소란하고 분주한 삶에서 내려와 창조적 고독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고독의 그 시간이 기도의 시간이어도 좋고, 성경 읽기의 시간이어도 좋다. 또 독서의 시간이어도 좋고, 아니면 그냥 홀로 걷는 산책의 시간이어도 무방하다. 아무튼 바쁘게 달려가던 길에서 잠간 멈추어서는 것만으로도 자기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고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작가 안토니 스토르는 “혼자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영적, 정서적으로 충분히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레프 톨스토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일은 멈춤(retreat)과 침묵(silence)과 고요함(solitude) 속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괴테는 "아름다움을 구하는 영혼이여 때때로 홀로 숲속을 걸을 지어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 톨스토이의 말대로 예나 지금이나 탁월함을 꿈꾸는 사람은 누구나 세상의 소란과 혼란과 복잡함을 피하여 조용한 곳을 찾아 창조적 고독을 즐겼다. 예수를 보라. 예수는 군중이 환호하며 따를 때마다 인기와 명성을 떨쳐버리고 홀로 외딴 광야로 나갔다. 모세, 다윗, 바울을 보라. 그들은 상당한 고독의 연단 기간을 통하여 그 시대를 이끄는 리더가 되었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과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와 같은 위대한 작품을 보라. 모두가 오랜 고독을 통하여 숙성되고 익었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번잡하고 화려한 도시 문명 속에서 탁월한 인재나 명작이 나온 예는 하나도 없다. 조용한 고독, 침묵, 단순, 절제의 삶이 있는 곳에서 인물은 자라고 독창성과 창의력은 발휘되었다.
탁월함을 꿈꾸는가. 주후 4세기경 기독교의 영성이 점점 메말라 갈 때 거친 사막으로 나갔던 성 안토니(St. Antony)같은 사막의 교부처럼 용기 있게 군중을 떠나 한적하고 외딴 곳으로 나가라. 거기서 기도하라. 묵상하라. 깊고 큰 사상을 품어라. 당신은 그때부터 새 사람이다.
고독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발적 고독이고, 둘째는 타의적 고독이 다. 타의적 고독은 도피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자발적 고독은 도피행이나 폐쇄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나님이 나를 가르치시고 말씀하시도록 나를 개방하고 비우는 존재의 결단이며 용기이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새가 잠간 웅크리듯이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 웅크리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토마스 머튼은 자발적 고독의 유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별이 비치는 밤에 호올로 있을 때, 가을에 철새들이 먹이를 찾아 쉬러 곱향나무 작은 숲으로 내려앉는 것을 우연히 볼 때, 고요한 연못, 개구리 한 마리가 텀벙- 소리를 내며 연못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 이럴 때에 깨우침, 새로움, 비움, 그리고 순수한 자기 정념의 의미가 자신을 깨우쳐 줍니다.”
세상의 헛된 것들이 끊임없이 유혹하는 이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 그건 전적으로 당신이 선택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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