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상운사(祥雲寺)를 개원하여 한창 바쁘게 이곳저곳 뛸 무렵 신문에 실린 나의 칼럼을 보고 커네티컷(Connecticut)에서 전화가 한 통 왔다. 내용인즉 자기 아버님께서 평소에 불교신자였는데 오늘 돌아가셨으니 불교의식으로 장례절차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화장장에 가주길 원하고 49재까지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래서 Viewing에 갈 것을 약속하니 상가(喪家)집에서 리무진을 뉴욕으로 보내 커네티컷에 도착했다.
그곳에 도착하여 들어보니 아버님은 아주 검소하게 생활하시고 이번 가실 때도 자손들에게 피해주지 않기 위해서 나무로 된 관(棺)도 쓰지 말고 곽 쪼가리 관을 써달라고 부탁했단다. 나는 그 분들의 집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떠한 형편인 줄은 잘 모른다. 아무튼 뷰잉에는 100여명 조객(弔客) 들이 참석했으며 화장장에는 30여명정도 참석했다.
이후 화장을 마치고 가족들은 절이 멀리 있는 관계로 오지 못하고 내가 위패만 절로 모셔와 영단에 안치하고 염불을 해드렸다. 칠일마다 제사를 드리는데 겨우겨우 과일 세 가지, 나물 세 가지, 밥 한 그릇 올릴 정도를 보내왔으나 염불은 정성껏 해 드렸다. 49재가 되어갈 무렵 어디선가 편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뜯어보니 커네티컷에 있는 모 고등학교의 자모회(姉母會)에서였다. 5불짜리 personal check을 제사 비용에 써달라는 내용과 아울러 영수증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5불에 대한 영수증을 보내줬지만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한국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은 민족이라서 그런지 장례식에 참여할 때는 상갓집 어려움을 참작하여 장례비용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라는 뜻으로 본인은 조금 어려울망정 기부금은 형편에 따라 나름대로 전달하는 습관이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목격하면서 아무리 같은 사람이라지만 사고방식의 차이를 좁히기가 참으로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 속에 다른 나라 사람들의 불교가 정착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과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가령 예를 들어 외국의 어떤 큰스님께서 오셔서 법문을 하신다하면 입장료는 공연장을 기준하여 특석은 보통석보다 고가로 매매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다.
한국국민은 남에게 도움을 받으면 말과 행동으로 옮기기 이전에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언젠가는 나도 이 은혜를 갚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외국인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베풀은 은혜에 대해서 그 당시 “땡큐!” 한마디면 끝인 것 같다. 그래서 외국인을 아는 사람들은 나에게 가끔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한다. 외국인들은 “한번 공짜면 영원히 공짜, 한번 돈을 내면 영원히 돈을 낸다”는 것이다. 인정 많은 한국인 그것도 불교인으로서 이 땅에 정착하는데 있어서 참으로 어디서부터 고쳐 나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할 때도 있다. 다행히 우리 것을 존중해 주는 외국인들도 가끔 만날 수 있는 행운이 있지만 우리의 좋은 것을 버리지는 말고 이 곳의 문화와 시스템을 함께 이용해야 보다 바람직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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